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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꽃구경 안가요...^^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왜 꽃구경을 안 가느냐구요?

요즘 우리 예수마을에 피는 꽃들을 가온이 직접 찍었답니다.

말이 필요 없겠죠?

 

어수선하고 피곤한 꽃구경 보다... 한가롭게 한 송이 꽃과도 대화를 할 수 있지요...^^

 

 

 

 

 

 

 

 

 

가온의 편지 / 길이 없을 때

 

체중이 많이 나가면, 기운이 세면 일단 건강하다고 생각되지만 지적장애로 인해 정신력이 약해서인지

그녀는 잠시라도 외출을 한 날이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고 입술이 부르트기도 합니다.

 

얼마 전 미용실에 갔을 때는 먼저 머리를 커트하고 나서 근처 가게에 가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겠다고

나가더니 한참만에야 돌아왔습니다.

 

미용실로 오는 길을 잃어버려 근처에 있는 다른 미용실들을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겁이 나고 애가 탔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집에 돌아온 그녀는 입가가 심하게 헐어

며칠 동안이나 약을 바르며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그럴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녀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늘 자고 먹을 곳이 없어서 헤매었고, 공공시설 화장실에 박스를 깔고 자다가

시비를 거는 술 취한 여자의 구둣발에 차여 머리채를 잡고 싸움질도 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다가 길을 잃었을 때나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막막함을 지나 두려움이요 공포입니다.

 

생각해 보면 내 어린 날은 온통 그러한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점철된 날들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지나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는

밀려드는 검은 밤물결 같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천근 무게로 가슴을 짓눌러 번쩍 잠이 깨면

불안과 공포로 하얗게 밤을 샌 적도 많았던 나의 젊은 날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입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웃으면서 조용하게 싫다고 말을 할테야

다시 또 알 수 없는 안개빛 같은 젊음이라면 생각만 해도 힘이 드니까 나이 든 지금이 더 좋아...”

귓가를 스치는 이런 노랫말이 공감이 갑니다.

 

그러한 두려움과 불안은 모든 인생의 길이 되시는 (요14:6) 그분은 만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신록과 같은 어린 생명들을 봄처럼 안아주며 길을 보여주고 인도해주는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할 수 없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품은 혼탁한 세상에서 어린 싹들이 언제라도 안길 수 있도록 산소로 가득하여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인 우리 가족에게 우리의 품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열심히 성경을 쓰고 찬양 연습을 신나게 하며 향상된 날들을 살고 있지만

요즘은 그들의 가슴에도 봄바람이 스며들었는지 낌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각자 자기 TV와 카페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휴대용 카세트를 사달라고

조르는가 하면 바지를 여러 개 두고도 새 바지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지하 마루 밑에까지 가서

멀쩡한 바지를 세 개씩이나 숨겨 두기도 합니다.

 

먼지나 휴지 조각조차도 하루살이나 나비가 되어 날아다닐 것 같이 생명력으로 충만한 날이면

나무에는 원가지뿐만 아니라 곁가지도 파랗게 자라나는 것을 봅니다.

 

햇살이 은가루로 내리는 오늘, 우리 모두가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