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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한목사의 이야기 신학

2017.04.01 08:07

물님 조회 수:3789

김홍한목사의 이야기 신학

 

30여 년 전, 내가 신학생시절에 학교 담장 넘어 단독주택에서 자취하는 선배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것 보다 그 담장 넘기가 쉽고 가까워서 그곳을 자주 이용하였다. 어느 날 그 곳을 넘어 오는 모습을 어느 선생님이 보시고는 말씀하신다. “사람이 길로 다녀야지...” 내가 대꾸하였다. “길이 따로 있나요 사람이 다니면 길이지요.” 하였더니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 하셨다. 졸업하고 몇 년 후 학교에 갔다가 그 선생님을 만났다. “자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 “무엇을 말입니까?”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길이라는 생각 말이네나는 잊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잊지 않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하였다.

 

박경리의 <토지>에서 한복이가 아들 영호에게 하는 말이다.

 

"남자의 뜻이 멋꼬?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남자의 뜻이란 대로를 걷는 기지 잔재주 부리감서 지름길로 가는 거 아니라 하싰다. 길이 아니믄 가지 마라, 그런 말도 하싰다."

 

사람의 말이란, 그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학식이 많건 적건, 신분이 높건 낮건 상관이 없다. 그의 생각이 얼마나 진실 되고 성실한가, 삶이 얼마나 참되는가에 따라서 그의 말이 나온다.

성실하고 참된 삶을 사는 이는 대로를 걷는 이다. 이익을 쫓는 삶이 아니라 의를 쫓는 삶이다. 개인의 삶과 말도 그러하거늘 국가가 가야할 길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국가가 가야할 길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고 말씀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하면 내 가문(家門)을 이롭게 할까?' 할 것이고,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을 이롭게 할까?' 하니 이렇게 서로 이익을 취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 <맹자> 양혜왕 1-

 

공자는 말하기를

 

내가 을 말하는 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나라와 집안을 뒤집기 때문이다.” - <논어> 양화 18-

 

사드 문제 가지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그 찬반의 명분이 천박하다. 무엇이 국익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도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면 이익을 생각하기 전에 의로움을 생각하는데 국가가 국익을 먼저 계산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맹자 말대로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이익을 생각할 지라도 국가는 그래서는 안 된다. 사드배치가 의로운 일이라면 국익에 관계없이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의롭지 못한 일이라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거부해야 할 것이다. 진지하게 물어보자. “사드 배치가 의로운 일인가?”

 

 

생존투쟁

 

우리가 사드배치를 반대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다. 매우 자학적인 말로 들릴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자주독립국가라 할 수가 없다. 전시작전지휘권이 없는 나라, 식량의 85%를 수입하는 나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다. 이렇게 군사주권, 식량주권, 에너지주권이 없는 나라가 어찌 자주독립국일 수 있는가? 친박 집회에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은 식민지 국가로서는 매우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이후로 그렇다. 일본의 식민지 였던 우리나라는 그 때 덤으로 넘겨졌다.

 

먹을 것을 하늘로 알고 살아가는 대다수 일반 서민들에게는 우리의 지배자가 누구냐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우리를 좀 더 편안하게 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귀족들의 경우는 다른 의미에서 같다. 그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배자가 누가 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선 말, 동학농민전쟁 때, 나라의 틀이 바뀌어 기득권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이 두려운 양반들은 남의 나라군대를 끌어들이고 기꺼이 그들의 종이 되는 것을 택했다. 남의 나라에 종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평등한 사회를 거부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어떠한가? 저 귀족들은 나라가 민주화가 되는 것 보다는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 밑에서라도 기득권 유지를 택해왔다. 일전에 이런 글을 썼다.

 

민주주의는

귀족들과 부르주아지들, 지식인들이 왕에게 권력을 나누어 달라고 하는 것,

민초들은 그런 것 모른다.

민주화투쟁은 언제나 권력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했다.

민초들은 언제나 생존투쟁을 한다.

권력을 나누어 달라는 민주화 투쟁과 살겠다는 생존투쟁은 많이 다르다.”

 

민중이 박근혜 정부를 몰아냈다. 민주화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생존투쟁의 결과다.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한다. 경제적 이유에서가 아니다. 안보적 이유도 아니다. 어쩌면 자주독립국가가 되자는 자존심의 투쟁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의 위험을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는 생존투쟁이다. 개인의 생존투쟁이 아니다. 민중의 생존 투쟁이다. 권력자들은 그것을 모르지만 민중은 본능으로 안다. 사드는 매우 위험한 전쟁요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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