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에서 온 편지 - 서산님
2010.02.09 08:43
[겨울에 본 것들...]
사랑하는 이에게 겨울이야기를 전합니다.
겨울에 본 것들이야 하얀또0 떠0 어리들...눈밖에 있겠습니까마는....
그 눈길을 헤치고 가서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네요.
소피아에 눈이 10센티가 오면 북부인 "롬" 지역은 30센티가 왔다고 보면 될 정도로
포근하고도 조용히 눈이 쌓이는 곳입니다.
지난 토요일..
소피아에선 눈발이 간간이 내리지만...지방교회를 보러 간다고 출발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눈길도로는 그런대로 갈만했는데..
우리가 가려는 지역에 들어설 무렵에는 이미 충분하게 눈밭이었습니다.
갑자기 눈의 나라로 들어온 기분입니다.
지방 노회의 목사님들과 아직 안수를 받지 않은 지도자들 (강도사 고시를 보지 않았거나, 신학교 한학기가 남은 분들) 여남 명을 만납니다. 찾아가 얼굴만 마주보기만 해도 힘이 되는 가 봅니다.
그 동안 힘들게 산 애기..
그러면서도 서로 힘 모아 새로 교회 처소를 만드는 이야기..
그칠 줄 모르는 그들이 고자질(^^)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여기 온 이유로 충분합니다.
듣기에도 험한 고생이야기를
남의 애기인양 허허하게 웃으며 애기하는 아우목사님들을 보노라니..
사명이 뭔지..
신앙이 뭔지..
하나님을 향해 눈을 돌리고 사는 게 뭔지....
벽을 다 쌓고도 지붕을 올리지 못해 눈밭이 되어버린 교회건축 현장 ..
임시로 집 옆 헛간 에 평상의자 붙여 예배드리는 예배당..
이십여명 들어가면 사람온기로 숨이 막힐 뜻끈한 교회..
그래도 거긴엔 올갠도 있고.. 마이크가 있어 주일엔 떵떵거리며 울릴 찬양소리가 가슴을 칩니다.
그냥,...뭔가를 한다기 보담..
그렇게 "있는" 그들의 „지금”에 나의 지금이 만납니다.
"주님.. 이 땅에서 시작된 추수의 일을 순진 무구한 저들로 이루시겟다니.. 감사합니다.
이미 된 일을 이뤄가시는 주님.. 우리를 동참케 하시니.. 황공합니다."
눈이 더 높이 높이 쌓입니다.
이미 도시는 이미 눈길로 거북이 걸음.. 길가엔 가다가 체인을 겁니다.
거기서 30키로 미터를 더 가면 우리 교단의 교회가 있다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마음이 에리고, 거기까지 가자니 꺽쩡스럽고..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이 이들인데... 가자.. 가다가 못 가면 돌아오더라도 가보자.
자동차가 눈길을 가는데 미끄러지듯 갑니다.
온통 흰색으로 꽉 찬 천지를 뚫고 가니 뒤에 탄 분들도 안심만 할 수는 없는 일..
운전하는 저만 눈길을 즐기고 승객?들은 출렁 일때마다 간이 쪼라 들었것지요..
"이런 길이니 그런 줄 알고 가는 겁니다. 안전하게 가는 것만은 보장합니다.ㅎㅎ”
다다른 곳..
목사님이 얼마나 반가워 하던지..
마당 끝으로 가는 변소길 도 치우고 집 앞 눈도 대충 치워냅니다.
봄에 오면 참 멋진 시골교회일터....
좀만 기다려라.. 입춘도 지났는데.. 봄은 오는 기라..
눈길에 어리둥절 오느라.. 가게도 없고... 괴기 한 근 사오지 못한 미안함에...
이 눈이 다 녹으면 다시 오리라 마음만 먹는 것으로 족합니다.
다음 교회에 방문할 때는 미리 선물? 봉투를 준비해야지.. 깨달아 알아차립니다.
예배드리는 방이 있고 손님 오면 재워 드릴 거라고 소탈하지만 말끔하게 정돈된 방을 보자니
손님을 기다리는 목사님의 마음이 찡하게 전해옵니다. 혼자 갔으면 그냥 거기서 하룻밤 자고 싶더만...
이가 다 상해서 부실하지만, 그 목사님의 웃음만은 얼마나 맑고 사람 좋게 보이던지...
웃음 건강한 목사님..당신이 있어 이곳에 주님이 계십니다.
당신의 웃음만치나 주님이 웃고 계시지요.
손님 기다리는 당신 마음만치나 주님은 여길 찾으시고 여기서 일하십니다.
..
그를 두고 돌아오는 길...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 짠하던지..
온통 하얀 눈 천지인데 눈가에 안개마저 맺히니.. .
모르것다.... 가는 거다..
가다 보면 멈추는 대가 있을 거고,
가다 보면 오는 길도 있고 가자..
지금은 가는 길이다..
길이 있는 동안에는 가자. 가자..
눈이 폭설로 변해 길이 막히는 거가 염려 될라 가도..
저 두고 온 목사님은...오늘 저녁 빵은 제대로 드실지..
이 추운 겨울에 기름기 있는 음식은 한끼씩이라도 드실지..
돌아갈 길이 있다고 매정하게 돌아서 가는 이들이 얼마나 부럽고.. 야속했을까....
고갯길. 굽잇길..
구름도 쉬었다 가는 산 정상...
승객? 들의 기운에 힘입어 (여섯명이 탄 카니발은 무게가 있어요. 역시 차는 정원승차 혀야혀)
잘 오다 보니.. 눈밭에 서서 사진 한방씩 박는 여유도 부립니다.
그렇게 그 지역을 벗어나니 오는 길 도시에 들어가 커피한잔도 마십니다.
참.. 속없는 게 인간입니다. 눈 속에 목사님 두고 오면서...
또 커피..가.. 목울대로 넘어갑니다.
사랑하는 이를 묻어두고 돌아와서도 밥을 삼키는 게 인간이라더니...
불가리아에 온지 7개월입니다. 가능한 많은 곳을 보고 만나고 있습니다.
나를 만나는 거지요. 그를 만납니다.
모두가 사랑으로 존재하는 그를 만납니다.
겨울에 본것들이 단지 눈이기만 하면 얼마나 춥고 단조롭겠어요?
덕분에 겨울 속에 있는 봄을 찾아내렵니다.
서산 윤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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