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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을 드러내라[11. 1]

2009.11.05 15:08

구인회 조회 수: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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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을
드러내라


        

      

       “너희 몸을 가리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환하게 비추어라”

       기독교를 비판하고 안티 사이트들이 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완상 교수의 ‘예수 없는 예수교회’ 글이 회자된 바 있다.

     

       과연 교회가 이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가?

       이 세상에 빛의 역할,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자기 헌신과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세상의 희망이고 살맛을 주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진 글이다.

      “너희는 이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는 이 짧은 본문 속에

       이 말씀이 실현되고 있다면 누가 이토록 교회를 신랄하게 비난하겠는가?

       예수님은 이 세상에 우리들만의 빛, 우리들만의 소금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2000년 전에 예수님은 너희 안에 성전에 하느님이 없다며

       하느님 없는 종교, 사랑과 자비가 사라진 교회를 꾸짖으시다가

       종교권력자들의 온갖 미움을 샀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빛이 비춘다는 것이요

       그 당시 억압받는 아이, 여성, 이방인, 병든자, 낮은자에 대하여

       하느님의 사명이 임재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지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비참하게 만드는 종교가 뭔 종교냐?

       사람이 종교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종교가 사람을 위해서 있다고 말씀하시다가

       그 말씀에 철퇴를 맞고 뒤틀린 사람들이

       작살 맞은 뱀장어처럼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결국 예수님을 죽이고야 만 것이다.

       오늘날도 다 똑같다.

       신앙의 목표는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그 상징이 빛과 소금이고 이를 믿고 나가는 게 신앙생활이다.

     

       기독교를 국교를 공인한 로마 콘스탄틴 황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챤이 아니다.

       그가 죽을 때가 돼서 영세 받고 죽은 이다.

       자기 정치세력을 규합하기 위하여 도리 없이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정치적으로 황제가 교황과 성직자를 임명하게 되었고

       종교지도자가 될 자격 없는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황제의 하수인이었던 그들은 영성도 신앙도 없었다.

       신앙과 아무 상관없는 자들, 권력에 줄을 대고 아첨하는 자들이 판치게 되었다.

       종교회의를 해도 황제가 모든 걸 결정하고 말 안 들으면 이단으로 몰아 죽였다.

       돈 갖다 주면 신부가 되는 세상, 얼마나 세상이 괴롭고 암울했겠는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에 이르러 비로소 황제의 권력에 편입된 교회가 독립되었고

       오히려 교황의 권력에 황제의 권력이 복속되었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1073년에 교황으로 등극하는데

       교회사에 가장 파격적인 방식으로, 민중의 힘으로 교황이 된 사람이다.

       그는 교황으로 등극하자마자 교회 개혁을 단행한다.

      “평신도들이여 결혼한 사제, 부정 축제한 사제들을 교회에서 추방하시오.

       집전을 거부하시오. 나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부탁합니다. 라고 선포.

       성직판매 금지, 신부 독신제도, 교황의 성직 임명 등 당시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세상의 올바른 질서를 확립, 창출할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기득권 세력의 꼭대기에 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는 교황 폐위를 선언한다.

       이에 대응하여 교황도 황제를 파문하게 되면서 격한 대치로 치닫게 된다.

       결국 제후들이 교황 편을 들게 되면서 힘의 균형이 교황으로 기울게 되고

       급기야 마치 삼전도의 굴욕처럼 황제가 교황을 찾아가 빌고 용서를 청한다.

       역사는 이 사건을 카로사의 굴욕으로 일컫게 되었으며,

       그 후 교회에 대한 무소불위의 황제의 권력이 교황에게 복속된 것이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눈치나 보는 교황이 아니었다.

       민중들이 세운 교황이어서 힘을 쓸 수 있었다.

       그는 막대한 지지를 토대로 교회의 권위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교회가 사람들로부터 지탄과 원망의 대상이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순종할 수 있는 교회의 진면목을 찾게 되었다.

     

       예수님의 빛을 교회 안에 가두는 것은 예수님 없는 결과를 가져 온다.

       빛은 축적 되는 게 아니라 밖에 빛으로 나와야 한다.

       예수님의 빛이 나를 통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내 안에서 침묵하시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말씀하시도록 그분을 나타내야 한다.

       내 안에서 예수님이 활동하시도록 하는 게 믿음이요 신앙이다.

       예수님이 나를 통해 잘 드러나도록 내가 되어야 한다.


    11월 초하루   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