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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오시는 하느님 **

2013.11.10 10:22

흙 ~ 조회 수:1709

봄에는 연두색 물감으로 수 놓으시더니,

여름에는 진한 녹색 물감으로 펼치시고,

가을되어 노오란 황금물결로 출렁이시더니

어느세 부지런한 농부님들을 통해 곡간으로 꼭꼭 숨기시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갈라지고 구부러진 아버지 등짝같은 모습으로 바닥을 다 보이시는군요.

 

하느님 아버지,

지난 주간에는 처음으로 밀을 파종해 보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어설픈 트랙터로 로터리를 치고 밀을 손으로 뿌리고 다시 로터리 치고  하여 밀을 파종하였습니다. 얼마나 자라서 수확을 할지는 내년 봄이 되어봐야 하겠습니다마는 기다릴 수 있는 일이 있어 좋습니다.  제가 자라던 유년시절에는 밀을 수확하여 국수도 하고 빵도 만들어 먹었었지요.  여름만 되면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 만죽을 호박 잎 깔고 강낭콩 올려 쪄 낸 빵이 사무치도록 먹고 싶었는데 내년 여름에는 그렇게 누우렇고 구수한  빵 만들어 막걸리 안주삼아 이웃과 나누어 먹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잊지않고 하느님께도 꼭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도 빛이 좋고 아름답습니다.

이대로 가을을 보내는게 아쉬워

아들이 타던 자전거를 꺼내 기름칠을 하고 바람을 넣고 해서 영산강 길을 달렸습니다.  담양댐 에서 시작하여 목포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더군요. 이미 벌써 많은 분들이 자전거 타기를 즐기시고 있구요. 중간중간 명승지를 들러서 살펴보고 느껴보는 맛도 일품이구요,

무엇보다 자전거는 온전히 내 동력만으로 내 동력만큼만 달릴수가 있습니다.  때로는 전속력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때로는 여유롭게 느린 회전으로 돌리며 달리고,  그도 힘들면 쉼터에 앉아 간식도 먹고 파란 하늘, 넓은 들녘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며 푸른 창공을 보며 달리는데,  아 글쎄, 하느님 당신께서도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로 달려오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지요.  그래서 하느님과 둘이서 같이 구름 사이로,  코스모스 꽃밭 사이로 냇물이 흐르는 개울가 사이로 가슴 활짝 열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저녘이 되어 나주에 들러 나주가 자랑하는 맛인 진한 콤탕을 온 몸으로 스며들도록 맛있게 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시간 나는대로 아니, 시간을 만들어서 내 자전거에다 당신 자전거를  끈으로 묶어 타면서 전국 횡단을 하자고, ... 

 

 

고마우신 하느님 아버지, 

이렇게 좋은 세상  펼쳐 주시고 

작고 소박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삶의 행복과 만족을 누릴 수 있어 더없이 좋고 좋습니다.  

 

 2013,  11,  10  주일아침, 창가에 드리운 햇살을 받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