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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연, 「남포동」 중에서

2011.11.10 08:29

물님 조회 수: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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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연, 「남포동」 중에서 낭송 권지숙 | 20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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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연, 「남포동」 중에서
 
 
 
 
  여전히 시간이 남아돌았다.
  낮에는 부산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사통팔달의 부심지 서면을, 나선형 목조계단이 있던 ‘영광도서’를, 어린 이국병사들의 비명이 끝없이 이어지던 UN묘지를, 송정 바닷가를,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를 도보로 여행했다. 돌아다니는 데 지치면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관람했다. 주로 남포동 ‘부영극장’, ‘대영극장’, ‘부산극장’, ‘제일극장’…… 보수동과 대청동 사이에 있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영화관…… 집에서 좀 더 거리가 가까웠던 서면 ‘대한극장’과 ‘태화극장’은 어쩌다 가끔 갔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는 말뿐이었다. 스스로 망설인 경우가 아니라면, 극장 문턱에서 제지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휴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교외지도반 단속도 피해 갔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극장 앞 분식점에 들러 돈가스나 판으로 나오는 메밀국수를 사먹었다. ‘부산극장’ 앞 ‘18번 완당집’의 완당도 자주 사먹었던 메뉴. 만두를, 특히 만둣국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얇고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완당은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이었다.
 
  지난 삼십 몇 년 새……
  선거철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이 정비되고, 노후한 시설물들이 수차례 교체되었겠지만……
  ‘석빙고’가 사라지고, ‘부영극장’이 사라지고, ‘미화당백화점’이 사라졌지만……
  이면도로변과 골목들마다 촘촘하게 들어서 있던 상점들의 업종이 시절에 따라 바뀌고, 간판들도 무수히 바뀌어 달렸겠지만……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부수고 새로 지어 올려 ‘비까번쩍’해진 건물들이 줄을 섰지만……
  PIFF광장이 생기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뜨고,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기네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로 무례하게 떠들어대지만……
  아, 그리고 ‘18번 완당집’은 지하로 내려갔지만……
 
  남포동은 그대로다. 변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내게는 남포동의 모든 골목과 갈랫길들이 손금처럼 익숙하다. 그것은 아마도 남포동에서만큼은 옛 시선으로 옛 모습을 찾아 읽고 있는 까닭이리라.
 
 
 
작가_ 정길연 -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중편소설 「가족 수첩」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장편소설 『내게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던가』, 『변명1,2』, 『사랑의 무게』, 『가끔 자주 오래오래』, 『그 여자, 무희』, 『백야의 연인』과 소설집 『다시 갈림길에서』, 『종이꽃』, 『쇠꽃』, 『나의 은밀한 이름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