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인다고 "배롱나무"
2010.08.28 21:42
배롱나무 / 도종환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9 |
기쁜소식 봄구슬봉이
![]() | 구인회 | 2010.05.05 | 2443 |
» |
사랑하면 보인다고 "배롱나무"
![]() | 구인회 | 2010.08.28 | 2444 |
237 | 여름 바람 "범부채" | 구인회 | 2010.08.28 | 2447 |
236 |
꽃범의꼬리와 제비나비
![]() | 구인회 | 2010.09.29 | 2449 |
235 |
자주괴불주머니
![]() | 구인회 | 2010.04.27 | 2451 |
234 |
매화 옆에서
![]() | 구인회 | 2010.04.05 | 2452 |
233 |
한 송이 백합
[1] ![]() | 구인회 | 2010.07.31 | 2454 |
232 | 불재의 여름꽃[1] | 구인회 | 2010.08.28 | 2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