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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꽃 나무 아래

2010.06.29 11:19

구인회 조회 수:1578

9.jpg   
 

        꽃 나무 아래
                               
                                         유승도
 


하얀 꽃이 알알이 달린 나무 밑을 걸어나가다

꽃향기에 어지러워 잠시 발을 멈추로 앉으니,
썩는 내음 또한 나를 적신다
아래로 시선을 옮겨보니
해 지난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있다
꽃이 화려한 한때를 보내는 것은
명이 다하여 흩어지는 것들의 명복을 비는 것이라
꽃은 마음을 열어
자신의 빛과 향기를 날려
다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생을 노래한다
바람이 분다
주어진 시간을 한껏 즐긴 꽃잎들이
우수수 머리 위로, 발등 위로,
형체를 잃어가는 낙엽 위로 내린다

 * 유승도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창작과 비평사)


참나리 중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솔나리 땅나리
불재에는 참나리 땅나리 하늘말나리 털중나리가 자생하고
백합과 나리 중에 가장 먼저 꽃 피는 나리의 전령 털중나리
온 몸에 아기 몸처럼 하얀 명털이 보송보송 돋아난
예의 바르고 뒷머리가 단정한 나리
다소곳이 고개 숙인 그대는 불재
신의 정원을 아름다운 생으로 노래하는 주황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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