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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의 넋두리 춤

2010.09.15 14:27

구인회 조회 수: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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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 소 화 

 

                                    이창희
                                                   

그림자 없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
행여나 님이 오신 걸까 하여
외떨어진 담 너머 까치발로 기웃거리는
애닮은 사랑, 사랑타령, 사랑아리랑

붉게 타들어가는 낯빛 감추려고
노란색 화장으로 수줍게 뒤섞은 자태

죽는 날까지 뒤척거리며
안으로 다독이는 첫날 밤
그 눈빛, 그 손길, 빨려 들어가는 호흡
잊을 수 없어라
 
다섯 개 어여쁜 얼굴로
구궁궁궐을 별빛으로 바라보며
뜬 눈으로 밤 지새우는
일편단심

내 사랑 외에는
결코 받아들일 순 없다는 의지로
독기를 비수처럼 가슴에 품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긴 넝쿨로 뻗어가는
그리움의 애틋한 인연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고
죽어서도 살아 있는 몸뚱아리
그대로 곱디곱게 처연히 떨어지는
지조 높은 낙화(洛花)의 파문

님아! 님아!
평생 사모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낮밤 없이 하늘에 사다리를 놓고
기어오르는 애오라지 정염

끝모르게 타오르다, 타오르다
신열을 앓는 넋두리춤

 

 

꿀풀목 능소화과의 식물 학명은[Campsis grandiflora]

중국 원산의 갈잎 덩굴 나무
예전에는 아무 집에나 심을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었다는데

어느 여인의 구중궁궐 기구한 사연의 능소화꽃
가여운 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문 밖에 뿌리내려

하늘까지 오르고 또 오르는 소화는 어머니의 눈물

그래서 그런지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