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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무수[靑根]

2010.02.03 14:06

구인회 조회 수: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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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무수[葖]

 

 

    금강변 강바람을 맞고 큰 무로 담근 청정 웅포 동치미

    지난 주 진달래 점심으로 올렸습니다.

    제가 동치미를 즐겨 먹어서 들고 간 거지만

    다른 분들의 입맛에 맞을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고향의 맛이 몸에 배서일까요?

    아니면 동치미가 입맛이 맞아서인지

    한 통이나 되는 동치미가 뚝딱 동이 났습니다.

    동치미 못 드시는 분은 없더군요.

    영님은 동치미가 단식 후에 좋은 음식이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단식 후에 동치미를 드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릴적 김치, 생채, 깎뚜기, 무나물, 시래기국 등 소박한 밥상 당골 메뉴

    목이 타거나 심심풀이로 즐겨먹었던 무, 조선무수 왜무수, 열무

    기름지거나 척박한 황토땅 어디라도 뿌리 내리고 잘 자라는 무가

    그 때는 몰랐는데 얼마나 큰 하느님의 선물이었는지

    사람 살리는 음식인지 해가 갈수록 절감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약해진 폐와 위에 작용하여 기운을 차리게 하고

    소화작용, 해독작용, 항균작용과 노화 방지 등 여러 약리작용을 합니다.

    무김치, 깍두기, 무말랭이, 단무지, 동치미, 무시래기, 열무 등

    무로 만든 음식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매우 유용하답니다.

    무는 예로부터 딸꾹질, 소화불량, 식용증진, 가래, 기침, 감기, 인후염

    두통, 구토, 가스중독, 위장병, 해수, 천식, 황달, 방광염, 타박상

    배뇨기능 장애, 소변이 많거나 적을 때 등 약 대신 써왔으며

    아울러 무꽃은 눈을 밝게 하고 무씨는 가래를 삭이는데

    무말랭이는 항암, 항당뇨, 골다공증 등에 유용하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혹자는 무가 10년 짜리 장뇌산삼과 같은 효능이 있다며

    무의 가치를 상상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무의 진가를 안 다산 정약용 선생은

    평생 동안 무와 무말랭이를 드셨습니다.

 

    단, 비위허한 脾胃虛寒으로 소화작용이 극도로 미약한 분

    위염이나 위산과다 증상이 있는 분은 가급적 식용을 삼가야 하며

    하수오와 지황을 같이 쓰면 머리가 희어질 수 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불재에 기거하셨던 불님 모친(물님 아님)께서

    이 동치미 무를 드시고 건강이 회복되셨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밥 안 먹고도 동치미 한사발이면 한나잘이 거뜬한 것으로 보아

    소나무님이나 권사님 말씀대로 이 무의 성분이

    심신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매우 탁월한가  봅니다.

    만일 밥, 곡식이 없었더라면

    밥 대신 일용할 양식은 무가 차지 했을 법 합니다.

    값싸고 질좋은 무수(박돌, 나복, 청근)를 즐겨 드세요.

    밥맛이 없을 때 동치미 한 사발 드리키세요.

    다이어트는 말 할 것도 없고 머리가 개운해지고

    트름 한 번에 시원한 기운이 오장 육부를 편케합니다.

 

    암 치료한다고 하는 어느 한의원

    허청에 줄줄이 매달아 놓은

    무 시래기 여러 다발 한가로이 햇빛을 주어 모읍니다.

    늦가을 마구 버리는 무 시래기가 사람 살려주는

    귀한 음식이요 약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래전 삼기교회 학생회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

    학생들끼리 선물 교환하는 시간

    마땅히 선물할 것이 없었던 어느 후배 여학생이

    무 한다발을 선물로 가져와 교환한 적이 있었죠.

    수줍고 애틋했던 그 무가 기억 속에 가물거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가슴 속에서 일용할 양식

    생명의 무로 낮게 낮게 다가옵니다.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