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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一日一食)

2009.10.01 07:29

구인회 조회 수: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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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한 끼(一日一食)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굶기를 부자 밥 먹듯이 한다.” 밥에 대한 속담입니다.


        이 속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밥 세끼 먹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가난했던 우리 조상들의 굶주림에 대한 한과 억울함이 후손들의 DNA에

        각별하게 각인된 것인지 밥은 우리 삶에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옛날 모세의 지휘로 에집트에서 탈출한 하비루인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해 엑소도스할 때 그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이 백성들의 걱정과 관심은 오로지 먹을 것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짐승 같은 노예생활 청산하고 자유인의 길로 안내한 모세에게

        먹을 것이 떨어지자 주저 없이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 냅니다.

        급기야 우리를 다 굶어 죽일 작정이냐 ? 며 애굽의 노예생활로 회귀하고자 합니다.

        어쩜 그 당시에 많은 백성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애굽으로 발길을 돌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하느님은 하늘에서 일용할 곡식가루, 만나를 내려주십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고기가 먹고 싶다고 응석부리자

        이번에는 매추라기떼를 보내 주십니다.

        그런데 비참하게도 애굽에서 탈출했던 하비루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는커녕 만나 맛나게 먹고 고기 맛나게 먹고

        떠돌아다니다가 광야에서 다 죽고 맙니다.

        심지어 모세마저 그 땅에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광야는 그들의 생명의 통로가 아니라 죽음의 통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배부르게 먹고 즐기는 그런 땅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니,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달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 땅은 미가 선지자께서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으니

        하느님께서 네게 구하는 것이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신 것처럼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길을 보호하여 주시고

        자기 먹을 분량의 일용할 양식 “만나와 메추라기”를 나눠주시며

        그 민족과 함께 동행 하시는 하느님이 계신 땅이

        그토록 그들이 들어가려 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자각에서입니다.


        이 장면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하느님의 관심과 인간의 관심이

        사뭇 다르다는 겁니다.

        히브리인들은 자나 깨나 먹고 살 것을 걱정하고 달라고 하지만

        하느님의 연민은 인간에게서 자유와 해방 그리고 평화를 주시고자 합니다.

        사람이 고기를 원치 않았다면 결코 메추라기도 보내셨을 리 만무합니다.


        히브리인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는 광야에서 잘 먹고 다 죽어버린 것처럼

        인간의 병은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걸린다고 합니다.

        특히 입에 단 육식은 온갖 병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게 통설입니다.

        요즘 세 명 중에 한명이 걸린다는 질병 중 암(癌)하나만 생각해 보더라도

        이 암자가 뫼 산(山)위에 입구(口)자가 세 개 매달려 있는데

        가만히 이 글자를 되지퍼보면 암癌이라는 병은 음식을 산만큼 먹어서 걸린다는 점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 것 다 먹고 남의 것 까지 뺏어 먹고 자신의 영혼까지 집어먹는다는 겁니다.

        또 달리 제 맘대로 해석해보면 밥을 끊지 않고

        하루 세끼 꼬박꼬박 왕창 다 먹으면 걸릴 수 있는 병이 암이라고 생각됩니다.

        여하튼 우리 조상들이 먹을 것이 없어 밥은커녕 초근목피로 연명했다고

        전해오는데 간신이 하루 세끼 입에 풀칠하는 정도가 아닌

        먹을 수 있을 만큼 입에 몰아넣는 식습관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저녁을 과도하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저녁을 많이 먹으면 100명의 의사를 부를 수 있다.”는

        스페인 속담이 여실히 이를 증명합니다.


        아인쉬타인대학의 대장학 권위자 신야 히로미 교수는 식사법의 하나로

        저녁 식사하고 나서 반드시 5시간 후에 잠 들 것을 권면합니다.

        새벽에 노약자가 사망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늦은 밤 과식 후 수면을 꼽습니다.

        과식 후에 잠을 자게 되면 장기의 활동이 둔화되어 음식이 역류하게 되고

        산소 결핍으로 인한 무호흡증후군이 일어나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께서 진지 잘 드시고 새벽녘에 돌아가시는 이유가 대체로 이런 겁니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으로 유명한 민속한의원의 박천수 원장이

        환자에게 권하는 방법도 이에 유사합니다.

        저녁 식사를 다섯 시 경에 하고 계속 주변 산책을 하게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식단은 약초를 비롯한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게 되고요.


        질병에 소용돌이에 빠져든 현대는 식습관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음식을 줄이는 것이며,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는 게 아닌 선택하는 것이며

        안 먹거나 초식으로 음식의 패턴을 바꾸는 걸 포함합니다.

        우리는 운 좋게도 밥 먹는 법을 알려준 훌륭한 스승님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공 이세종 님, 다석 유영모 님, 방림 이현필 님 신천 함석헌 님, 현제 김흥호 님

        이 스승님들이 한결 같이 제자들에게 권하는 식사법이

        바로 하루 한 끼 일일일식(一日一食) 하는 겁니다.

        한 끼만 먹어야 참 음식 맛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며 음식을 줄여

        하루 한 끼 먹으면 만병이 물러간다는 이론입니다.


        육신를 줄이고 영은 키워야 한다. 스승의 바른 식사법을 이해한 제자들은

        일식을 통해서 힘과 건강을 얻게 되고

        일일일식一日一食 이야말로 최상의 식사법임을 선언하게 됩니다.

        음식을 줄임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고 줄어든 몸에 넘치는 기쁨을 채우게 됩니다.

        물님께서 볶은 곡식을 권하며 성인병 치료 방법의 하나로

        저녁을 끊으라는 조언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루 한 끼 식사법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음식을 단번에 줄이기가 여간 힘들거니와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와 즐거움을 극복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 대안으로

        하루 세 끼 꼭 챙겨 먹어야 된다는 관념에서 탈피

        밥과 고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의 변화와

        차츰 차츰 식단을 초식으로의 바꿔가는 것

        저녁 한 끼를 끊거나 음식량을 줄여가는것

        음식의 자리를 명상과 기도로 채워가는 것

        밥 먹는 기쁨과 안 먹는 기쁨을 동시에 누리는 것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영혼의 수련장 불재에서의 식단도 다소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식을 줄여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대체로 저녁은 긴장이 풀어지게 되고 음식도 부담 없이 많이 먹게 됩니다.

        많이 먹은 음식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칫 배탈이 나거나 위장 장애가 올 수 도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음식이 독이 될 수 있으니 저녁은 초식으로 적게 드시거나

        사랑의 만나 볶은 곡식을 저녁에 드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 저녁식사 후에는 반드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불재의 수련이 건강을 유지하고 지키는 방법까지 전수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육체가 조금 배고픈 그 자리에 영혼이 배부른 수련이 되시길 소망해 봅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발분망식(發憤忘食)하시며

       “사람은 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많이 먹으라는 악마의 유혹에 맞서 대응합니다.

        사람의 생명의 본질은 밥이 아니라 얼이요 육신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결국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처럼 밥만 먹고 사신 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먹고 사시다가 십자가에 매달려 온 인류의 밥이 되셨습니다.

        밥을 먹는 것은 내 안에 계신 하느님께 산제사 드리는 것이며

        우리의 육신을 비우고 비워서 정신을 채우는 일입니다.


        일일일식 一日一食


        밥 한 끼 먹고 사는 것은 하느님께 나머지 밥을 드리는 것이요

        악마의 유혹을 끊고 세상의 밥이 되는 일입니다.


        단단무위자연성 斷斷無爲自然聲

        대학의 단단斷斷과 노자의 말씀을 따라

        끈이는 끊는 것이라 스승은 단 번에 음식을 끊을 것을 권면하시지만

        무척 외롭고 힘든 일

        음식을 줄이는 게 건강을 살리는 비법이요

        언젠가 이 밥을 끊어야 할 날이 올 것이고 그날을 맞이하는 길에서

        서서히 연마해 보는 것도 보람된 일일 겁니다.



                                                      2009. 10. 1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