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76510
  • Today : 704
  • Yesterday : 1016


자연체험과 인간발달

2010.06.11 13:12

물님 조회 수:2365

자연체험과 인간발달: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자연체험의 중요성

 

 

이재영교수(공주대학교)

 

 

1. 자연과의 관계 상실

오귀스텡 베르크에 따르면 18세기 이후 프랑스에서는 화창한 날씨나 비에 관한 인사말이나 속담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의 말을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날씨에 관련된 말은 모두 오래 전에 만들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존재와 당위 사이를 구분하지 않고, 주변 상황의 변화를 인간의 태도에 관련시켜 놓았다. 그래서 매일의 날씨에는 윤리가 내포되어 있었다. 반대로 근대성의 결과인 과학으로서의 기상학은 조금도 규범적이지 않고 서술적일 뿐이다. 기상학은 속담을 만들어내는 학문이 아니라 정보를 만들어내는 과학인 것이다.”(24쪽)

 

베르크의 설명은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있어 의미와 사실, 규범과 과학이 서로 분리되고, 속담과 인사말로 대표되는 우리의 일상적 삶도 자연을 의미와 규범이 배제된 과학과 사실의 대상으로만 대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나타낸다. 텔레비전 뉴스의 일기예보에서도 날씨에 관하여 ‘세차하기 좋은 날’이나 ‘빨래 널기 좋은 날’이라는 설명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 속에서 규범과 의미를 발견할 수는 없다.

우리의 속담 중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작은 부분에 집착하여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꾸짖는 말이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속담은 자연적 현상과 사회적 규범의 결합된 형태를 띄고 있다. 몇 년 전에 채집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속담이 대략 4만에서 4만 5천개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몇 개의 속담을 기억하고 있으며, 또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속담은 몇 개나 되는가? (다음에 나오는 비, 나무, 숲과 관련된 나무들 가운데 몇 개나 알고 있었는지, 또 그 중에서 몇 개나 지난 1년 동안 말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더 이상 속담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사용하지도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만큼 자연과의 실존적 연대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많은 학생들이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나 역시도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집에서 10미터만 걸어가면 자동차가 있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미터만 걸어가면 연구실이 있었으니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와서 사무실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하루의 업무가 끝나면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놓고 올라간다. 이런 사람에게 있어서 자연의 변화가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홍수가 났거나 폭설이 내렸을 때처럼 매우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1) 비와 관련된 우리 속담과 뜻

 

비 오는 것은 밥 짓는 부엌에서 먼저 안다.

비가 오려고 기압이 낮아지면 아궁이에 불이 잘 안 드는 데서 비 오는 것은 부엌 아낙네들이 먼저 알게 된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비 오는 날 수탉 같다.

비맞은 수탉의 초라한 모양과 같다는 뜻으로, 기세가 도도하던 존재가 풀이 죽어 볼꼴없이 된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 ⇒ 비 맞은 용대기.

 

비 오는 날 소꼬리 같다.

비 젖은 소꼬리가 흔드는 대로 들어붙듯이 치근치근 귀찮게 구는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

 

비 오는 날 삽살개 헤매듯.

'쓸데없이 이리저리 돌아치는 행동'을 비웃어 이르는 말.

 

비 오는 날 머리를 감으면 대사 때 비가 온다.

비 올 때 머리를 감지 말라고 타일러 이르던 말.

 

비 오는 것은 십 리마다 다르고 바람세는 백 리마다 다르다.

비는 가까운 거리에서도 내리는 정도가 같지 않으며 바람은 비교적 먼 거리까지도 한 모양으로 분다는 뜻으로 일러오는 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알 듯 말듯하게 조금씩 젖어들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옷이 젖는 줄을 깨닫지 못한다는 뜻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일이 쌓이고 쌓여서 엄청나게 크게 되는 것이니 작다고 얕보거나 소홀히 하지 말라고 교훈적으로 이르는 말.

 

 

장마 때는 구름만 쓰면 비가 온다.

장마철에 들어서면 구름만 껴도 영낙없이 비가 내린다는 것을 이르는 말.

 

장마 만난 미장쟁이.

장마를 만나 일을 벌릴 수 없는 미장쟁이란 뜻으로, 때를 잘못 만나 일을 벌일 수 없게 된 사람의 경우를 비겨 이르는 말.

 

장마개구리 호박잎에 뛰어오르듯.

장마철에 개구리가 난데없이 호박잎에 뛰어오르듯이 별로 반갑지도 귀엽지도 않은 존재가 어떤 자리에 닁큼 뛰어든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

 

장마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한다.

장마진 물이 몹시 소란스럽게 여울목을 흘러내려 가듯이 푼수도 없고 이치에도 닿지 않는 말을 소란스럽게 지껄여댐을 비웃어 이르는 말.

 

장마에 떠내려가면서도 가물 징조라 한다.

장마물에 떠내려가면서도 어리석게 가물징조라고 한다는 뜻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앞일을 예견한답시고 희떱게 장담을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경우에 비웃어 이르는 말.

 

장마에 밀리는 돌각담.

장마에 미처 손쓸 사이 없이 무너지는 돌각담처럼 '무엇이 와르르 허물어지는 모양'을 비겨 이르는 말.

 

 

2) 숲이나 나무와 관련된 속담과 그 뜻

 

숲 속의 호박은 잘 자란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혼자 자라는 호박은 어쩌다 보니 잘 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으로, 한창 자라는 시기의 사람이나 동식물도 늘 볼 때에는 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나 어쩌다 한 번씩 보게 되면 몰라볼 만큼 쑥쑥 자란 것 같이 보임을 비겨 이르는 말.

 

숲에서는 꿩을 길들이지 못하며 못에서는 게를 기르지 못한다.

통제에서 벗어날 길이 많은 환경과 조건에 있는 사람을 단속하고 통제하거나 교육하고 가르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

 

나무는 옮기면 죽고 사람은 (자리를) 옮겨야 산다.

나무는 자꾸 옮겨 심으면 죽으나 사람은 가만 앉아 있지 말고 활동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은 널리 활동하여 보는 것이 많고 견문이 넓어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의 덕을 본다.

나무는 큰 나무 곁에 있으면 자라는데 지장을 받아 덕을 못 보지만 사람은 훌륭한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영향을 받는다는 뜻으로, 훌륭한 사람의 좋은 영향을 받아 일에 성공했을 때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

 

나무도 나이 들면 속이 빈다.

나무도 나이를 먹으면 구새 먹게 되어 속이 빈다는 뜻으로, '무엇이나 다 오래되면 탈이 나거나 못쓰게 된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

 

나무에 잘 오르는 놈이 떨어지고 헤엄 잘 치는 놈이 빠져 죽는다.

나무에 오르기 잘하는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기 쉽고 물에서 헤엄치기 즐기는 사람이 물에 빠져죽기 쉽다는 뜻으로, '자기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고 경솔하게 행동하다가는 큰 실수를 한다는 것'을 경고하여 이르는 말.

 

나무칼로 귀를 베어가도 모르겠다.

① 나무로 만든 들지 않는 칼로 귀를 마구잡이로 베내도 모르겠다는 뜻으로, 잠이 깊이 든 사람을 놓고 비겨 이르는 말.

② 어떤 일에 정신이 쏠려 다른 것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놓고 비겨 이르는 말.

 

남산골의 소나무를 다 주어도 서캐조롱장사를 하겠다.

산에 있는 소나무를 다 주어도 기껏해서 처녀아이를 노리개감인 서캐조롱장사밖에 못하겠다는 뜻으로, '사람됨이 몹시 잘고 속셈이 매우 좁음'을 비웃어 이르는 말.

 

산 밑 집에 방아공이가 놀다.

나무가 흔한 산 아래에 사는 집에 나무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공이가 없어 곤란을 받는다는 뜻으로, 응당 있어야 할 물건이 그것을 생산하는 곳에 살면서도 없는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 ⇒ 야장간에 식칼이 없다. 짚신쟁이 헌 신 신는다. 산골 집에 방아공이가 놀다.

 

산골부자는 해변가 개보다 못하다.

지난날에, 물고기 반찬을 먹는 데는 산골부자가 바닷가의 개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보잘것없는 산골부자의 처지'를 비웃어 이르는 말.

 

 

2. 자연체험 이해의 출발점

 

청소년의 자연체험이 그들의 발달,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지적, 정의적, 가치 관련 영역에서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려면 먼저 그들이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갖게 되는 체험의 종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Kellert(1996)에 따르면 자연체험은 크게 직접적(direct) 체험, 간접적 (indirect) 체험, 그리고 상징적(symbolic) 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직접적 체험 Direct experience

직접적 자연체험이란 자연적 환경이나 인간이외의 생물과 실질적으로 물리적 접촉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자연적 환경은 인간의 간섭 또는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를 말한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자연과의 직접적 체험은 주로 우발적이고 계획되지 않은 방식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인근 숲이나 공원에서 뛰어놀면서 갖게 되는 체험은 직접적 체험에 해당한다. 이 때 인공 구조물이나 인간의 통제가 부분적으로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나 주된 부분은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환경에서 일어난다.

 

2) 간접적 체험 Indirect experience

간접적 자연체험이란 실질적인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지만 직접적 접촉에 비해 제한적이고 계획되고 관리된 맥락 속에서 갖게 되는 체험을 말한다. 이 때의 자연은 사실상 인간 활동에 의해 규제되고 한정된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만나는 동식물이나 자연 요소들을 포함한다. 또 다른 예로는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들 수 있다. 아주 깊은 계곡의 맑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라고 하더라도 집에서 수족관에 넣어지면 그 때 물고기와의 접촉은 간접적 체험이 된다.

 

3) 대용적 또는 상징적 체험 Vicarious or Symbolic experience

상징적 자연체험은 자연과의 실질적인 물리적 접촉이 없이 일어난다. 이때 아이들은 자연의 재현(representation)이나 묘사를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대부분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며 어떤 표준화된 특성들(stylized characterizations)이기 쉽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상징적 체험 주로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의 혁신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통해 전해진다.

동굴의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처럼 자연에 대한 상징적 체험의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대용적 또는 상징적 체험의 급속한 증가는 많은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 지금까지 설명한 직접적, 간접적, 상징적 자연체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대저인 균형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만 우리는 Kellert의 자연체험 구분이 Bruner의 학습이론이나 Dale의 경험의 원추에서 경험을 분류한 것과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Bruner(1960)는 그의 학습발달이론을 통해 학습은 직접적 체험에서 영상적(iconic) 체험을 거쳐 상징적(symbolic) 체험으로 발전해 간다고 주장하였다.

Dale(1967)은 교육공학의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인 “시청각적 교수 방법(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에서 ‘경험의 원추(the cone of experience)'를 발표하였는데, 그는 하나의 도식을 통해 직접적 경험에서 영상적(iconic) 경험을 거쳐 추상적 경험으로 좁혀져 가는 경험의 특성과 학습효과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직접적 체험에서 추상적 체험으로 갈수록 획득된 정도의 파지 정도가 낮으며, 구체적 또는 시청각적 체험을 결여한 채 추상적 체험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만약 Bruner, Dale 그리고 Kellert의 주장을 통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우리는 자연체험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나누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즉, 직접적 체험, 간접적 체험, 시청각적 체험, 상징적 체험이 그것이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Kellert의 제안에 따라 직접적 체험, 간접적 체험, 상징적 체험으로 크게 나누어 논의하고자 한다.

 

 

3. 체험의 유형과 발달 영역과의 관계

 

자연체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체험의 유형과 발달에 있어서 학습모드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제가 중요하다. 학습모드란 인지적, 정의적, 평가적(evaluative) 또는 가치 관련(value-related) 영역을 나타낸다.

1) 인지적 영역

인지적 영역은 주로 사고기능과 문제해결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인지적 능력은 개체에 대한 이해와 개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개체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낱낱의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기보다는 개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돌아다니면서 일을 저지르지만 현명한 사람은 엉킨 실타래를 풀어낸다. 현명한 사람은 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는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학문을 배우게 된다. 학문(學問)이란 묻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류재명, 1999).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묻는 법을 배우고 묻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무엇에 대해 묻는가? 처음에는 개체에 대해 묻고 나중에는 관계에 대해 묻는다. 관계는 결국 의미로 이어진다. 다음은 학문(discipline)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공통적인 체계(system)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개념이란 낱낱의 사실이나 현상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또한 이론은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고안된 것이며, 법칙은 이론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학문이란 결국 수많은 현상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이 관계라는 말이 핵심어이다. 학문이란 결국 관계를 묻는데 익숙해지고 또 관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연 체험은 아이들에게 관계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아이들과 청소년이 자연과의 접촉을 할 때 인지적 능력의 발달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정량적인 증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지식의 형성과 종합적 이해의 발달에 있어 자연체험은 대상 찾기(identifying), 이름 붙이기, 분류하기 등의 활동은 아이들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특정한 규칙에 따라 나누고(sorting) 파지(retaining)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있다(Kellert, 1996; Shepard, 1978). 나누고, 비교하고, 비슷하거나 다른 것을 찾고 인과성 여부를 찾는 이 모든 것이 관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숲에 가서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많은 꽃들이 서로 어떤 점에서 다른가를 살펴보고, 비슷한 것들끼리 함께 묶어보는 활동은 기초적인 인지적 능력의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연습과정이 될 수 있다. 인류학자인 Elizabeth Lawrence(1993)는 인간의 인지 발달에 있어서 자연에 대한 상징과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지적 생명사랑 cognitive biophilia"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극도로 도시화된 세계에서도 자연은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인지적, 정의적 발달을 위한 기회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동물사회학으로 잘 알려진 Edward Wilson(1993)은 자연은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정보가 풍부한 환경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현재의 도시화된 환경이 아이들로부터 직접적인 자연체험의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으며, 그 결과 아이들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발달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해 현재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사실적 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합치시켜보는 연습은 종합적 이해 능력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자연이 직접적이던 상징적이던 이러한 자연체험을 통해 동화, 분석, 이해의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온도 이하에서만 눈이 내린다거나 나무는 특정한 조건하에서만 자란다거나 새가 살 수 있는 서식지는 따로 있다거나 나비는 낮에 나타나고 나방은 밤에 나타난다거나 조개나 굴은 건조한 곳이 아니라 축축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등의 체험은 별개처럼 보이던 사실들을 의미있게 연결짓는 연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자연체험이 아이들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창의적으로 질문하기, 문제 해결하기, 의사 결정하기 등의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많은 연구 보고가 있다. 어쨌든 아이들의 인지적 능력이 자연계 내에서 무수한 사건들과 그 속에서 반복성 또는 규칙성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가운데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질문> 당신은 지금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려고 한다. 보름달은 언제 어디에서 떠오르는가? 언제쯤 나가서 어디를 보면 보름달이 떠오르겠는가?

 

과학교육이 현재와 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뉜 것은 고작 10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은 본래 인간 삶의 터전인 지구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아가 지구와 나, 지구와 해와 별들, 그 속에서 나와 나아닌 존재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에서 발달해 왔다. 그러나 근대과학의 이원론적 관점과 이에 근거한 과학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미토콘드리아는 알아도 자연과 공감하거나 교감하는 능력은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와 해와 달의 관계는 무엇인가?

 

2) 정의적 영역

감성적 변화나 또는 태도의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정의적 성장(affective maturation)이란 용어는 Krathwhol 등(1964)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1) 받아들이기 Receiving: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관심과 의지를 포함하여 사실이나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민감해 지는 것을 말한다.

 

(2) 대응하기 Responding: 정보를 받아들이고 상황에 대응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3) 가치부여하기 Valuing: 인지된 정보나 상황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선호를 바탕으로 가치가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4) 조직하기 Organizing: 가치나 중요성에 대한 선호와 가정을 내화(internalizing)하고 일정한 가치와 신념으로 조직하는 것을 말한다.

 

(5) 가치체계 형성하기 Characterization by a value or value complex: 일련의 일반적인 가치와 신념 체계를 형성함으로써 상호조응하며 일관된 가치관과 삶의 철학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관)는(은) 느낌과 앎이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어느 한쪽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단, Iozzi(1989)는 교수학습 과정에 있어 정의적 영역이 인지적 영역보다 빨리 작동한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이들이 세계와 접촉하는 과정이 상당히 감정에 의존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느낌, 끌린다거나 거림직한 느낌, 놀랍거나 시시한 느낌, 확실하거나 의심스러운 느낌, 즐겁거나 슬픈 느낌, 흥미롭거나 지루한 느낌, 해볼만 하거나 두렵다는 느낌 등이 아이들의 자연체험에 있어서 초기단계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자연체험에 대한 갖게 되는 느낌은 주로 어떤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까? 부모, 형제, 친지, 친구, 선생님이나 이웃은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느낌을 형성하는데 있어 아마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일 것이다. 아이들이 감성적으로 얼마나 수용능력(감수성)을 갖게 되는가에 있어 자연과의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이러한 감수성은 성장하면서 창의력, 탐구력과 상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주장도 자주 제기된다. 왜냐하면, Cobb(1977)에 따르면, 자연체험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경이감, 놀라움, 독특함, 다양함과 같은 느낌은 ‘뭔가 더 있다’라는 감각을 갖게 하고, 이러한 감각은 ‘이미 알려진 것과 미지의 것’에 대한 ‘지각적 참여의 힘(the power of perceptual participation)'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Carson(1998)은 아이들의 자연체험이 정의적 영역의 발달에 있어 갖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 안다는 것은 느낀다는 것에 비하면 덜 중요하다. 만약 사실(에 대한 앎 - 역자 덧붙임)이 나중에 지식과 지혜로 성장하는 씨앗이라면, 감정과 감동은 그 씨앗을 길러내는 토양이다. 어린시절은 이러한 토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일단 한번 아름다움, 새롭고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 동정심과 애처로움과 사랑스러움 등의 느낌이 일어나면, 그 아이는 감정을 느낀 그 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되면 그 앎은 평생을 간다. 아이들에게 그들이 소화시킬 수 없는 지식을 꾸역꾸역 삼키도록 몰아붙이기보다는 알고 싶어지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연체험을 통해 갖게 되는 느낌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두렵고 불확실하고 무섭다. 그러나 이런 느낌들조차도 아이의 학습과 발달에 필요한 자극이며 동기이다. 발달과 성장은 이러한 체험과 느낌의 무수한 축적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많은 아이들이 자기 주변의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당한 채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해 보다 환상적인 자연을 체험하는 것은 극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발달 과정에 있어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자연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3) 평가적 영역

평가적 영역은 가치관, 신념, 도덕적 관점의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의 가치와 아이들의 발달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Kellert는 자연의 가치를 9가지로 구분하였다. 이 가치는 자연적 과정과 다양성에 이끌리는 다소 약하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경향성을 나타내며, 한마디로 ‘생명사랑(biophilia)’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생물학적 경향으로서의 이러한 가치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적응을 통해 갖게 된 자연에 대한 귀속감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실재로 작동하는 방식은 대부분 학습, 문화, 경험을 통해 중재된 형태로 나타난다.

 

<표 1> 자연의 아홉 가지 가치

가치

정의

3-6세

7-12세

13-17세

실용적

물리적, 물질적 보상의 출처로서의 자연

O

 

 

정복적

자연에 대한 지배와 통제

O

 

 

부정적

자연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

O

 

 

미적

자연의 물리적 매력과 호소력

 

O

 

인본주의적

자연과의 감정적 유대감

 

O

 

상징적

언어와 상상의 기원으로서의 자연

 

O

 

과학적

자연에 대한 지식과 이해

 

O

O

도덕적

자연과의 윤리적, 정신적 관계

 

 

O

자연주의적

자연에 대한 탐구와 발견

 

 

O

출처: Kahn, P. H. & Stephen R. Kellert (2002) (Ed.) Children and Nature: Physical, Sociocultural, and Evolutionary Investigations. The MIT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p.130.

 

이러한 아홉 가지 가치가 나타나는 시기는 각각 조금씩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가치의 형성 과정은 크게 4가지 특성을 보이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에 대한 가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각으로부터 보다 추상적인 경험과 사고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자연에 대한 가치는 개인적, 이기적,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보다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관심의 지리적 범주가 지역적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영역에서 보다 지구적인 영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넷째, 감성적이고 정의적인 가치가 논리적, 추상적, 합리적 관점에 비해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있어 자연의 가치가 주로 형성되는 특정한 연령층이나 단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연에 대한 도덕적 가치는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난다. 이 말이 다른 연령층에서는 자연에 대한 도덕적 가치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자연에 대한 가치 발달의 첫 번째 단계는 주로 세 살에서 여섯 살 사이에 나타나며, 이 때 나타나는 가치는 주로 실용적, 정복적, 부정적 가치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허기와 갈증을 채우거나 공포로부터 벗어나거나 혹은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다는 등의 주로 자신의 물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과 직접 관련된 가치를 발달시킨다.

두 번째 단계는 주로 일곱 살에서 열두 살 사이에 나타나며,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가치는 인본주의적, 상징적, 미적, 그리고 과학적 가치들이다. 그 반면 실용적, 정복적, 부정적 가치는 줄어든다. 이 때의 아이들은 흔히 보는 자연과 그 속의 생물들에서 편안함, 친근감, 즐거움을 발견한다. 다른 생물들에 대해 자신의 필요나 감정과 무관하게 그들을 독립적이고 감정을 소유한 존재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즉, 자연 속에서 ‘다름(differentness)과 타자(otherness)'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이는 호기심과 끌림으로 이어진다. 낯선 자연 속을 탐험하면서 지식을 넓히고 어른들의 감독과 돌봄을 떠나서 홀로 버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자연을 존중하면서 돌봄과 책임의 감각을 갖게 되고, 어른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을 보다 조심스럽게 다루는 태도를 갖는다. 자연 속에서의 이러한 체험은 앞으로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을 발달시키는 토양(카슨의 말을 기억하자)을 형성한다.

세 번째 단계는 주로 열세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에 나타나며, 자연계에 대한 추상적, 개념적, 윤리적 사고가 급속하게 발달한다. 가치의 측면에서는 도덕적, 자연주의적, 과학적 가치가 발달하며 보다 큰 시공간적 규모(생태계, 경관, 진화과정 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다. 또한 자연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식이 보다 복잡해지고, 자연에 대한 아이디어도 보다 추상적이고 체계적이 된다. 이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자연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6개월이 지난 뒤의 면담조사에서 이러한 자연체험을 통해 자신감, 자의식,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4. 직접적 자연체험의 중요성

 

대체로 유소년(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거주지역 근처에서의 친근하고 일상적인 자연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청소년기(중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에 접어들면 흔히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발달의 기회를 많이 얻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계에 따라 발달하는 인지적, 정의적, 가치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환경캠프는 아이들에게 일상으로서의 자연체험 대신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로서 자연체험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청소년기에 보다 적합한 자연체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숲 운동이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유소년층의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자연체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일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과정임에 틀림없다.

어린 시절에 ‘나의 장소’에 뿌리 내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심리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Coles, 1971). 그래서 어른들은 흔히 사람도 나무와 같아서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건강할 수 없다고 말해 왔고, 아파트 위주의 공중생활을 걱정해 왔다.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운동장 없는 학교 계획은 어딘가에 운동장을 만든다고 해서 채워질 수 없는 중요한 발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분석가인 Searles(1959)는 이미 거의 반세기 전에 ‘인간 이외의 환경이 인간의 심리적 실존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질문> 나는 왜 길을 가다 나비를 만나면 즐겁고 행복해지는가?

Sebba(1991)에 따르면 참가자의 성별, 나이, 특성, 환경을 막론하고, 96.5%의 응답자가 ‘어린 시절에 가장 중요한 환경은 야외(의 자연)’이라고 응답하였다. 자연환경의 중요한 특징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과 계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고 변화무쌍한 자극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인지적, 정의적, 평가적 소양을 발달시킬 수 있는 무수한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공환경이 아무리 자극적이고, 잘 모사되고,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실재로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현실을 제공하더라도 자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접촉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학자의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적 관찰을 통해 아이들의 자연 접촉이 점차 적어지고 파편화된다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Pyle(1993)은 이러한 자연과의 단절을 ‘경험의 종말(the extinction of experience)'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경험의 종말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있는가? 증가하는 서식지의 파괴, 생물의 멸종, 환경 파괴, 도시의 확장, 아파트 위주의 거주문화, 인구의 증가 등 최근의 경향들은 아이들로부터 자연체험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방향으로 몰려있다. 외래종의 침입과 확산은 토종 생물을 만나볼 기회를 줄여가고 있다. 개인 교통수단의 발달, 컴퓨터 게임을 비롯한 실내 여가 활동의 증가, 핵가족 제도, 공동체성의 위축도 아이들의 자연체험 기회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초등학교 아이가 그린 우리 동네 풍경

 

현대 사회의 간접적 또는 상징적 자연체험이 직접적 자연체험의 결핍을 보충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기대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는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즉각적인 놀라움, 흥분, 설레임 등을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이나 자연사박물관의 전시기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런 공간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의 발달이나 성격형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간접적 자연체험은 전형적으로 간헐적이고 수동적이며 흥미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이 아니라 드물고 별난 것들이다. 그리고 간접적 자연체험이 아무리 실감나더라도 아이들을 포함하여 구경꾼들은 그것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동물원과 박물관에서의 체험은 떨림, 도전, 창의성, 능동적인 참여를 결여하고 있다.

자연적인 곳으로의 여행과 탐사 프로그램 참여는 아이들의 발달에 놀라울 정도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 제한적인 요소들이 있다. 먼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둘째, 이러한 특별하고 드문 체험이 일상적이고 친숙한 자연과의 직접적 체험의 결여에서 나타나는 부족분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셋째, 자연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로 인해 발달의 기회를 얻는 것은 대체로 나이가 좀 든 청소년들에게나 유효한 것이다. 넷째, 이러한 프로그램에 포함된 활동들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실재 세계와 동떨어진 것들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이 끝나고 돌아오면 일상적 삶과 별다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5. 결론

 

숲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격리된 채 큰맘 먹고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숲으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일상적 만남은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또 자연과의 일상적 만남과 그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체계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로 인도하는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도움(숲해설) 역시 시민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할 소중한 발달의 기회이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인간의 성장과 발달은 지속적인 자연 체험과 교육적 경험의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기 숲이 있으나 그 숲이 모든 이에게 같은 숲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며, 또 같은 숲으로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 참고문헌 >

 

Kahn, J. Peter H. (1999). The Human Relationship with Nature: Development and Culture. MIT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Kahn, J. Peter H. & Kellert Stephen R. (Ed.) (2002). Children and Nature: Psychological, Sociocultural, and Evolutionary Investigation. MIT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밴 매넌 지음, 신경림․안규남 옮김 (1990) 체험 연구: 현상학적 해석학의 인간과학 연구방법론. 동녘.

한국환경교육학회(2001) 체험환경교육의 이론과 실제. 한국환경교육학회.

오귀스탱 베르크 지음, 김주경 옮김(2001).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미다스북스.

류재명(1999). 지리교육철학강의. 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