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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 서서
 

        사람에게 신상에 무슨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때면 무슨 징조가 있게 되나요 ?

        제가 군산에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할 때였습니다. 

        오후 9시 교대근무였는데 이상하리만큼 몸이 졸리고 자꾸 잠이 쏟아졌습니다.

        회사 갈 시간이 다가 오는 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죽을 때가 가까와졌나 보다.

        가까스로 만반의 채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주특기가 차량 추월. 조금만 지나면 하루 144대.

        내 차량 추월 신기록을 세울 수있으련 만, 

        추월 대기록은 아쉽지만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조심하고 점쟎게 가야지" "안전벨트도 차야겠다"

        가다가 전군도로변 주유소에서 기름도 빵빵하게 넣고 시속 70을 넘지 않게

        슬금 슬금 운전했습니다. "이렇게 천천히 가는데 무슨 일이 생기겄어"

     

        날은 어두어둑 해지고 군산 개정파출소를 지나갈 무렵

         "아뿔싸" 난데 없이 좌회전하는 차 발견.   "으악",

        그 순간 찰나에 생각나는 뜨거운 마음의 소리

     

         "잠시 있으면 죽겠지. 사람이 이렇게 죽는거로구나"

     

       그 짧은 순간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엑셀차와 측면을 부딪치면서

       중앙선을 넘어 좌측 노변까지 부서져 밀려갔습니다.

         " 어, 안죽었네..#" 화가 나기 보다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안도감

         " 저 차 안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 혹시 저 사람들이 죽으면 안되는데"

         " 저 사람들이 죽었으면 평생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차 안을 들여다보니 노인 2분, 부부 2명 아기까지

       타고 있었는데 앞자리의 운전자만 막빡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나머지 분들은 권미양 선생같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절 쳐다보고 있더군요.

       엉겹결에 제말이 " 안 죽으셨습니까?"

     

        "예" 괜챦습니다. 제가 들이 받은 것도 아닌데 정말 기쁘더군요

       그순간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씀이 절로 나오더군요

       제가 산 것도 기쁘지만 그 순간에 그 사람들이 산 것이 넘 기뻤드랬습니다.

     

       그리고 자꾸 제게 죄송하다고 100% 잘못했다고 그러더군요.

        "저는 괜챦아요. 차는 보험처리하면 되고요, 병원에 가시죠"

       저도 난생 처음 119구급차를 타봤습니다.

        " 야하, 텔레비에서나 보던 119 구급차를 다 타보는구나."

       구급차를 타고 온 곳이 인근에 한사랑병원이었습니다.

       그분들 치료하는 것을 넌짓이 지켜보고 있는디, 경찰 사고처리반이 와서

       현지 실사를 가자고 하더구만요. 하여튼 어쩌고 저쩌고 실사를 마치고

       오는 중에 느닷없이 배가 아프고 대변이 마려워졌습니다.

        " 어, 왜 그러지, 빨리 출근해야 되는데"

       배가 아픈 것보다 빨리 출근해야한다는 책임감이 밀려왔습니다.

       의사 선생이 이 것 저 것 검사하더니, 갑자기 내가 생각하기에 멀쩡헌 나를

       중환자실로 밀어 넣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아퍼도 하소연도 못하고 중환자실에 있는 게 아니더만요.

       소변은 나오지 않는데 배가 점점 남산 만하게 불러 왔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난 데 없이 배가 불러 오더니 온몸에 통증이 왔습니다.

       왜 그러냐고? 따져 물으니까, 내상을 입었다고 하네요.

       장파열은 아니고 장간막이 터졌다고 합니다.

       피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장이 터진 것도 아니고 고작 장간막이 터졌을 뿐인데 이렇게 몸이 요란스럽게

       작용할까? 바로 수술을 하자고 하네요.

         "피의 농도가  8g/dl 이하로 떨어지면 죽을 수 있다고 수술하는게 좋겠답니다.

       저는 여차허면 다음날 퇴원할려고 했는데 수술하자고 허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날  다행히 피가 응고되어 7.8g/dl 에서 멈췄습니다.

       다행한 일이죠. 시간을 벌었으니까요. 진단은 도합 8주

       그런대 문제는 피가 흘러 내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배가  아프기 만 하지

       오므라 들지 않는 거였습니다.

       의사는 수술하는 편이 낫다고 하지만, 사람이 뱃심으로 사는 건데

       배수술을 하는 것은 싫고, 예수병원으로 병원을 옮겨버렸습니다.

       제가 들어간 병실은 주로 연세가 왠만하신 암환자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기분 참 그렇더구만요. 절 암 환자 수준으로 취급하다니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단 한 분말고 다들 얼른 수술하자고 만 하지  

       숫제 수술을 피하자는 말씀들은 안하시더라고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말씀하신 분은 종양외과 박과장님.

       장유착이 생길 수도 있지만 환자가 젊으니 체내 외로 피가 흡수 또는

       배출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혀도 머찐 분 박과장님.

       근전도며 CT촬영, 뭐 갖은 검사를 다 해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의사님들도 수술 아니고는 특별히 허실 것이 없으셔서 그런지

       회진때도 심심풀이로 배만 한 두번 만지고 가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허긴 말 안듣는 환자가 뭐가 좋아서 잘 봐주겠습니까만은.

     

        "병은 하느님이 치료하고 돈은 의사가 번다" 는 말이 틀림없더군요.

      

       한 둬번 물님이 격려차 오셨습니다. 제가 엄살을 좀 부렸죠.

       의사가 잘못허다간 죽는다고 헌다고요.

       물님이 뭐라고 그러셨는지 아세요

        " 이런 것 가지고는 안죽어"  쓸데없는 소리 헌다고 혼만 났고요.

       제 발가락을 문지르시면서 소리 없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의사님들은 3일 이내에 수술 날짜를 잡는 다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합니다.

       이래서 " 배째라" 라는 말이 나온 거더군요.

       제가 돈이 안되는 환자라서 그런지 별 대접도 못 받고......

       제가 버티기 구단이라 기어이 수술은 안 했고요,

       한달만에 쓸쓸히 약 한봉다리 들고 그냥 퇴원해버렸습니다.

       퇴원할 대 의사님은 무리한 운동이나 일도 하면 안된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집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막연한 시간과 놀다 친해졌고요.

       회사도 마냥 쉴 수 없고 해서 그냥 복직 했고 곧 전주로 전보되었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 스물 네시간 교대 근무 하는 곳이었어요.

       이 부서는 직원이 공익요원 포함해서 5~60명

       드물게 노동으로 밥먹고 사는 곳이었죠.

      

       그런데 이 부서에서 맡은 책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익히 알고는 있었어도 생각보다 노동강도가 높은 부서였던 것이죠.

       일찍이 떼이야르 드 샤르뎅이

        "나는 날이갈수록 인간의 삶이 성스러움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씀한 바와 같이

       이 분들의 노동을 통해서 인간의 성스러움을 느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기계보다 노동력에 의해서 일하던 때라

       일손이 많이 부족했고, 일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은 동요되었습니다. 눈뜨고 가만이 두고 볼 수 없었던 거죠.

       저렇게 다들 고생하는데 저만 뒷짐지고 어영부영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도 의사의 말과 정반대로 같이 죽기 살기로 무거운 행낭도 나르고 똑같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일하지 말라는 의사의 준엄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한 결과 제 뱃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핏덩어리가 다 흡수되고

       또 배출된 겁니다. 제 장 주변에 어지럽게 자리잡고 있던 핏덩어리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나 봅니다.

     

       예수병원에 마지막 초음파 진단을 받은 결과 의사님 말씀하시기를

        " 뱃 속이 깨끗합니다. 다시는 안 오셔도 됩니다."

       제가 다 나았다는 겁니다. 히야, 평생 지고가야 할 짐인 줄 알았는데

       다 나섰다고 하네요.

       

       먹으란 약 안먹고, 수술하라고 한 수술 안하고, 일하지 말라는 말 안듣고 죽도록 일하고

       순 꺼꾸로 한 건데 어찌 된 건지 다 나섰다고 합니다.

     

                  " 내가 다 나았답니다 "

     

       저는 이렇게 죽음의 문턱에서 죽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 아버지,

       사람이 무엇이게에 이처럼 알아 주시옵니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염려해 주시옵니까?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한 평생 이라야 지나가는 그림자입니다. (시편 144:3,4)"

     

     " 당신의 작품, 손수 만드신 저 하늘과

       달아놓으신 달과 별들을 우러러보면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2) "

     

       하느님의 숨결을 모시고 사는 존귀한 사람들

       모두가 다 아버지의 성스럽고 고귀한 존귀한 존재라는 거

       그 누구나 하느님께서 쉽게 그 숨결을 거두시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2009. 8.28일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