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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탱크로의 머리 폭탄」 중에서
  내가 중요하게 느낀 것은 ‘1995년 (당시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수상이 개괄적으로 아시아인들에게 사죄했지만, 일본은 모든 공식 문서 중에서 한번도 중국에게 침략전쟁에 대해서 사죄하지 않았다’는 주룽지(朱鎔基) 수상의 구체적인 지적이었습니다.
  나는 일본정부의 고위관리라는 사람들이 외국에 대해서 구사했던—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한테 행했던— 모호한 문구들을 미사여구로 포장한 인사치레가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포장은 아름답지만, 뜯어보면 자기가 원했던 물건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선물에 내심 실망했던 적을 여러분은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중국 수상의, 그것을 듣고 기분전환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뼈 있는 말을, 그 토론에 참가했거나 아니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던 젊은이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주 수상의 대답은 일본인 참가자한테 나온 ‘언제까지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주 수상은 ‘언제까지나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사죄할지 않을지는 일본인 자신의 문제다.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분명히 뼈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정말로 그것은 일본인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일본인이 (자신의) 사죄할 결심을 굳히고 실천하는 것이 어째서 (자신에게) 필요한가?’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일본인은 중국에 쳐들어가서 여성을 폭행하거나 어린이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난징 대학살(南京大虐殺)은 그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을 기준으로 하여 말하면 할아버지 세대가, 아니면 그보다 더 윗세대의 일본인이 자행했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는, 여러분에게 자존심이 있는 한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여기에 대해서 잘 몰랐다면,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들) 일본인이 자행했던 침략전쟁을 국가의 공식문서로 사죄할 때, 여러분은 반대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러분 반 친구 중에서 약한 상대에게 심한 짓을 한 사람이 언제까지나 사과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을 용기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경멸하겠지요.
  아직 여러분이 태어나지 않았던 그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고 말해왔던, 나와 비슷한 또래의 노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의 아이들—에게 자존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서 말인가요? 역사 교과서에서,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우리나라가 침략했다고 하는 문장을 지우면서 말입니까?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이제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정부가 드디어 공식문서로 사죄를 한 이후라고 한다면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 중국인들이, 특히 그 젊은이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면, 미래에 그들과 여러분은 진실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작가_ 오엔 겐자부로 -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1960년 일본의 젊은 작가를 대표하여 마오쩌둥을 만났고, 1970년대에는 김지하 시인의 석방운동에도 참여하였고, 『히로시마 노트』와『핵시대의 상상력』등의 산문을 통해 반전과 장애아 보호운동에도 적극 참여. 작품으로『사육』,『개인적 체험』,『만엔원년의 풋볼』『새로운 사람아, 눈을 떠라』,『체인지링』,『우울한 얼굴의 아이』,『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등이 있음.
 
  아이들이 생기면서 독서 체험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장차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읽고 싶은 책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함께 읽을 정본 『이솝우화』가 있고, 현대문학판 『고전동화집』이 있죠. 중학생이 되면 어니스트 톰슨의『쫓기는 동물들의 생애』를, 아이들이 열여덟이 되면 『생의 이면』과『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꼰대 취급하지 않는다면 평생 ‘아버지의 책장’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이 책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집『‘나의 나무’아래서』를 읽고 나서입니다. 오에의 소설은 꽤나 어렵지만 이 산문집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문을 모아서 구체적이고 명쾌합니다. 가령 인용한 역사의식에 대한 대목 같은 경우입니다. ‘언제까지 일본에 사죄를 요구할 것인가?’ 반세기 넘게 반복되어온 질문입니다. 오에의 대답도 말할 게 없지만, 오에가 소개한 주룽지 총리의 답변도 썩 훌륭하지 않습니까? ‘언제까지나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사과할지 않을지는 일본인 자신의 문제다.
 
문학집배원 전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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