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14485
  • Today : 245
  • Yesterday : 381


⑸ 수천수 [水天需]"기다림"

2010.08.23 23:34

구인회 조회 수:2613

수천수11.jpg  


                                     수천수[水天需]



    수천수.jpg

      水天需

 

    需 주역 다섯 번째 괘“수천수 水天需”

    위의 세 줄은 물[水], 아래 세 줄은 하늘[天]

    태극기의 우측 위, 하늘은 태극기의 왼쪽 위

    중남이라 세 효중에 가운데 효만 양효, 하늘은 전부가 다 양효.

    임중이도원 任重而道遠 할일은 많고 갈 길이 멀기만 한데,

    첩첩산중 疊疊山中이라더니 하늘 위에 물이라 큰물이 가로막고 있는 위급한 형세

    물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 지 어찌 해 볼래야 해 볼 수 없는 상황이군요.

    아직 강을 건널 때가 아닌 가 봅니다. 아직 덤빌 때가 아닌 가 봅니다.

    저 강를 건너고 싸워서 이기기에는 너무나 실력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나갈 때가 아니라 기다릴 때 需,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고

    절차탁마 切磋琢磨 끊임없이 갈고 닦아 저 강을 건너갈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서백[문왕]이 유리에 부처되어 감금되었을 때 주의 간신들은 서백의 자질을

    엿보기 위해서 그의 아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으라고 합니다.

    만약에 그것을 먹지 않는다면 흉중에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게 분명하고

    그것을 먹는다면 별로 신통치 않은 인사라 후환이 없을 것으로 여겼습니다.

    서백은 아들의 몸이 그런 상태로 온 사실에 대하여 비정하리만큼 냉정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 고기를 먹고 맙니다. 이 소식을 들은 주왕과 신하들은

    서백[희창]을 별 볼일 없는 인사로 여겨 관심 밖에 두고 유리에서 풀어줍니다.

    그러나 어디 아버지의 마음이 그렇겠습니까? 그가 먹은 건 피눈물이었고

    생살을 앓는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운명을 거슬러

    주왕에 대적할 힘이 없기에 그저 시키는 대로 할뿐이었습니다.

    주왕이 자신를 별 볼 일 없는 인사로 우숩게 보고 못된짓을 일삼고 있는 사이에

    서백은 인재를 등용하고 천하의 현사賢士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이가 바로 낚시하면 생각나는 강태공[본명 여상]

    반계磻溪 지방의 위수渭水를 지나는 데 낚시꾼 한 사람이 시를 읊습니다.

   “봄물은 유유하고 봄풀은 기이한데 좋은 사람 못 만나 반계에 숨었네.

    세상사람 어진 이의 뜻을 몰라주니 늙은이 물가에서 낚시질만 하네.”

    이에 서백이 답시를 건네기를,

   “현인을 찾아 멀리 반계 磻溪에 와 보니 주인은 간 데 없고 낚싯대만 보이네.

    빈 낚싯대만 버들아래 드리워져 있고 노을진 강에는 강물만 헛되이 흐르도다.”

    사흘 후 반계에 다시 찾아와 보니 여전히 백발의 노인이 낚시를 하면서

   “서풍이 이는 구나  흰 구름이 날아가네 때가 이미 저물도다 어찌 가만있을쏘냐.”

    서백이 가까이 다가와도 본 체 만 체 시만 읊고 있습니다.

    그는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노인 앞에 엎드려 큰절을 올립니다.

   “소생 서백 희창 西伯 姬昌이라는 사람입니다. 주왕紂王이 정사를 그르쳐

    만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어 소생이 구제할 뜻을 품었으나 힘이 부족하오니

    고덕하신 선생께서 도움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렇게 서백이 삼고초려 끝에 간신이 얻은 이가 바로 강태공 姜呂尙[후 태공망]

    강태공이 조언하기를“당장 주왕과 싸우기는 힘도 많이 들고

    이신벌군 以臣伐君이라는 비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대의명분 大義名分이 서지 않아 민심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야 가을이 오는 것이 천지운행 天地運行의 섭리라

    군사를 일으키는 것도 때가 무르익어야 하는 것입니다.

    뱃속에 들어 있는 자식의 얼굴을 빨리 보고 싶다고 열 달도 되기 전에

    낳게 해버린다면 모처럼 얻은 아기가 병신이 되고 말 것이 아닙니까?

    주왕이 간신과 미인 달기에 빠져 백성은 돌보지 않고 못된 짓을 그칠 줄을

    모르니 머지않아 은나라는 멸망하고야 말 것입니다.”


    아울러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세 가지 만은 꼭 지킬 것을 권면하는 데,

   “첫째는 하늘을 공경할 줄 아셔야 합니다.

    둘째는 백성을 사랑할 줄 아셔야 합니다.

    셋째는 초야에 묻혀 있는 만천하의 어진 사람들을 널리 모아들여

    그들과 항상 가깝게 지내실 줄 아셔야 하옵니다.

    서백이 그렇게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물으니,

    참된 왕자 王者는 백성들을 살찌게 하는 법이고,

    패자 覇者는 군인들만 살찌게 하는 법이고,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치자 治者는 벼슬아치만 살찌게 하는 법이고,

    그보다 더 못한 소자 小者는 자기 자신의 배만 불리게 하는 법입니다.”

    서백은 태공의 충언을 받아들여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 주고

    젊은이들을 모집하여 훈련을 시키니 삼년이 채 안되어 천하의 민심은

    서백에게로 완전히 기울어졌습니다.

    폭군 주왕은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여인에 미쳐 못된 짓을

    일삼다가 강태공이 큰 뜻을 품고 세상에 나와 서백을 돕기 시작한 지

    몇 해 만에 기어이 은나라는 망하고 맙니다.


    장애물을 두고 오랜 기다림과 연단의 세월 끝에 천하를 구제한 문왕

    3600번의 낚시를 통해 단 한 마리의 물고기를 낚지 못했지만

    기다림 궁극에서 백성의 마음을 낚고 새로운 나라를 낚은 조사 강태공

    그 모진 기다림의 전승이 곧 눈물나는 수천수 水天需.

    주역 서괘전 序卦傳에서도 이참에 몽夢을 수로 받은 이유를

    물치불가불양야 고 수지이수 수자 음식지도야

    物穉不可不養也 故 受之以需 需者 飮食之道也

   “물物이 어렸을 때에는 불가불 길러주는 수밖에 없다.

    고로 먹인다는 수需로 받았다 수需는 먹고 마시는 길道이다.

    20점 맞는 아이한테 하루아침에 80점 맞으라고 시켜서 될 일인가요?

    20점으로 사는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80점으로 살라고 해서 살아지는가요?

    태공망 말씀대로“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야 가을이 오는 것이

    천지운행 天地運行의 섭리라 일으키는 것도 때가 무르익어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나 법치, 민족의 통일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고

    아무리 공들여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정말 다 때가 있고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운명을 끌어안고 천명을 받들어 하늘의 뜻을 완성한 문왕

    이번 생에서 안 되면 기다려 다음 생에서라도 온 힘을 기울여

    이뤄야 함을 알려주는 기다림의 궤 수천수 水天需를 더 들여다 봅니다.


    수 유부 광형 정길 이섭대천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는 기다림이다. 진실로서 기다리니 빛나고 형통하고 의롭게 되어 길하다

    이섭대천 利涉大川 큰 강을 건너가는 것이 이롭다.”

    기다림을 위해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큰 강을 건너기 위해서 기다리는 겁니다.

    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어둠에 맞서 능히 싸워서 이길 실력을 기르고 님의 뜻과

    그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기다리는 겁니다.

    단왈 수, 수야, 험재전야, 강건이불함, 기의불곤궁의,

    彖曰 需, 須也 險在前也 剛健而不陷 其義不困窮矣,“단왈 수는 기다림이다.

    위험이 눈앞에 있다. 강건하여 그 의로움으로 곤궁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

   “호랑이에게 붙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처럼

    다급한 위험에 직면해서도 정신이 강건하고 의로우면 곤궁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어쩔 줄 몰라 혼비백산하는 세태에

    바르고 강건하고 의롭기란 말 같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 유부 광형 정길. 위호천위 이정중야 이섭대천 왕유공야

    需 有孚 光亨 貞吉. 位乎天位 以正中也 利涉大川 往有功也.

   “기다리는데 진실을 가지고 기다리니 빛나고 형통하고 의롭게 되어 길하다함은

    하늘의 지위에 올라서서 정중正中이 된다는 것이다.

    큰 강을 건너야 이롭다는 뜻은 실행하여 공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맹자 등문공 하편에 말하기를,

    거천하지광거 입천하지정위 행천하지대도 득지여민유지 부득지독행기도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與民由之 不得志獨行其道

   “내가 사는 곳을 우주로 삼고, 내가 선 자리가 늘 바른 자리에 서며

    내 길은 천하에 대도를 걸음이라, 만약에 뜻을 이룬다면 백성들과 더불어

    그 뜻을 펴고,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는 내 탓이라. 홀로 그 길을 갈뿐”

    맹자의 대장부, 하늘의 지위에 올라서서 정중正中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논어에 정政은 정正이라 정치는 정의라고 말씀하고 있듯이

    그 사회의 지도자가 정正을 성취하고 실력을 기른다면 백성들이 그를 중中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고 필경은 강을 건너가 못된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정중正中을 이룰 때

    궁박한 처지에서도 끝내 싸워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을지문덕이 그랬고, 연개소문, 강감찬, 이순신이 그러했습니다.

    이섭대천 왕유공야 利涉大川 往有功也.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강적과 맞서 싸우고 필경은 강을 건너가

    마침내 적을 몰아내고 큰 공을 이룹니다.

    유부有孚 광형光亨 정길貞吉 진실하고 형통하고 곧음으로서 정중正中

    지도자를 중심으로 온나라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반드시 싸워 이깁니다


    상왈 운상어천 수, 군자이음식연락 象曰 雲上於天, 需. 君子以飮食宴樂.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니 군자는 이로서 잔치를 벌이며 기뻐한다.

    이제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멀리 달아났습니다.

    어둠은 지나가고 빛이 되었습니다. 이 날을 기뻐하며 잔치를 벌입니다.


    히브리인들이 모세의 안내로 애굽을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난 복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저 큰 강만 넘으면 되는데 수천수 水天需

    앞에는 붉은 바다가 가로막고 뒤에는 이집트 강군이 몰려옵니다.

    히브리인들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 그러나 천명 天命에 의해 물이 열리니

    이섭대천 利涉大川 드디어 큰 강을 건너갑니다.

    이 역사적인 전승을 통해서 인간에게는 운명運命과 천명天命이 동시에

    임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운명은 한 없이 인간을 작게 만들지만 천명은 인간을 한없이 존엄하게 만듭니다.


    맨 아래 양효 초구 수우교 이용항 무구 初九 需于郊 利用恒 無咎.

   “교외에서 기다린다. 변함없이 준비를 해야 허물이 없다.”

    함부로 덤비지 말고 준비태세를 갖춰야 실패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용항 무구 미실상야 利用恒 无咎 未失常也

   “항상 변함없어야 허물이 없다함은 언제나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이 수우사 소유언종길 九二 需于沙 小有言終吉

   “모래밭에서 기다린다. 말이 좀 있지만 필경은 길하다.”

    구삼 수유니 치구지 九三 需于泥 致寇至

   “진흙에서 기다린다. 적을 불러들인다.”

    육사 수우혈 출자혈 六四 需于血 出自穴

   “피를 흘리며 기다린다. 자기 굴에서 기어 나온다.”

    구오 수우주식 정길 九五 需于酒食 貞吉

   “기뻐서 잔치를 벌이며 기다린다.

    상왈 주식정길 이중정야 象曰 酒食貞吉 以中正也

   “이 기쁨은 중정 中正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정 中正’중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뜻을 이루었다는 뜻.

    상육 입우혈 유불속지객 삼인래 경지 종길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 三人來 敬之 終吉

   “다시 참호로 들어가서 적을 기다려야 한다. 빨리 오지 않는 적이 있다.

    이번에는 셋이 온다. 그들을 잘 막아야 마침내 길하다.”

    한 번 크게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나중에 오는 적을 막아내야 진정 이긴 것이란 의미죠.

    오래전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군은 패퇴하는 척 전군을 뒤로 물리고

    거대한 목마를 트로이에 두고 오지요. 이 트로이의 목마는 승리에 도취되고

    자만심에 빠진 트로이를 삼키는 괴물이요 주역의 삼인래 三人來입니다.


    하늘처럼 높은 청운의 꿈이 암흑의 먹장구름으로 덮여버릴 때

    삶의 깊은 상처를 입어 마지막 남은 한줄기 희망도 사라져 버릴 때

    부조리하고 난감한 시대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위태로울 때

    길을 가다가 홍수로 불어난 큰 강을 만났을 때 저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수천수 水天需 ‘기다리거라’


    ‘그대 기다리거라

     기다리는 그대 슬픔이 복이 되어 흔들리거라

     불면의 밤을 반짝이는 믿음의 날갯짓마다

     몸서리치는 이 밤의 오금이 떨리노니

     참혹한 유성의 꿈으로 부서진 목숨들이

     이슬이 되어 내리노니

     기다리거라. - 물님 갈보리의 노래 中


    믿음이 있는 사람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운명 運命에 미끄러져 살지 않습니다.

    그 운명에 가로막혔을 때가 인간의 영혼이 하느님의 영광과 상통하는 순간

    어느 누가 삶에 쏟아지는 성스러움의 향기를 맡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수 유부 광형 정길 이섭대천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需수는 기다림이니, 진실로서 기다리니 빛나고 형통하고 의롭게 되어 복되다”

    이섭대천 利涉大川,운명運命을 끌어안고 천명 天命을 받들어

    마침내 큰 강 건너 뜻을 성취하는 것이 수천수 水天需의 가르침입니다.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