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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풍천소축[風天小畜]"바람"

2010.09.19 23:10

구인회 조회 수:3316

  풍1.jpg     
                              

                                               

                                            풍천소축 [風天小畜 ]



    풍천소축괘.jpg

     [風天小畜]

 

               

  小畜 주역 아홉 번째 괘“풍천소축 風天小畜

    무더위도 한때였지 쓰르라미도 울었네

    해쩌르자 밤 서늘컷다 귀뚜람소리 영글었고

    모두가 때 떠나 갈님 같은 소리요, 가는 소리만 들으오. -유영모

 

    모두가 때 떠나 이제는 시간을 떠나 다들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려는가?

    기운이 쭉 빠지는 무더위도 한 때 천공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승조의 조론에 부생사교대 한서질천 유물유동 夫生死交謝 寒暑迭遷 有物流動

    생사가 교대로 바꿔지고 대지에는 한서寒暑가 번갈아가며 천류하고,

    만물 萬物은 움직이면서 유전한다 했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천류 遷流의 때가 온 건지 바람이 불어서 변화가 온 건지 요즈음

    대지에 부는 바람은 후텁지근하고 축축한 여름바람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무더위를 날려버리다니, 대저 기적이랄 밖에요.

    어느 아마존 유역 숲 속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이 태평양을 지나면

    허리케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하는 이론[Butterfly effect]을 뒷받침 하는 것처럼

    작은 것이 큰 것을 움직이게 하는 우주의 섭리는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나비.jpg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강력한 불볕더위를 떠나가게 되고,

    아주 작은 아이 하나가 강건한 부모의 마음을 꽉 붙잡고 있는 형상이요,

    강한 다섯을 붙잡고 있는 미약하고 연약한 바람 風이 하늘을 움직이게 하는 괘

    일음 오양의 아홉 째 괘가 바로 새롭게 등장하는 풍천소축 風天小畜.

    하늘 건乾의 덕이 건강이라면, 바람 풍風의 덕은 손巽, 겸손 謙遜이지요.

 

    풍천소축 風天小畜, 강건한 하늘天 위 겸손한 바람 손이풍 巽而風

    지금까지 건곤 乾坤에 이어 나온 준屯 몽夢 수需 송松 사師 비比까지 팔괘

    주역의 두 기둥 건곤 乾坤 뒤에 따르는 육괘가 다 물水의 변용 變容이고

    지금껏 격렬하고 변화무쌍한 물의 작용에 의하여 온 세상이 소용돌이치더니,

    연단의 세월을 이긴 장강長江의 잠룡이 때를 만나 승천이라도 하려는가?

    이제 험난한 수水의 시절은 가고, 강건한 가을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이 붑니다.

    이 괘는 마귀의 시험을 극복하고 세상에 나선 문왕 文王 자신의 자전自傳이랄까?

    중용 中庸에 불우하고 고생을 밥 먹듯 했던 문왕의 성품을 이르기를

    문왕불우 문왕지소이위문야 순역불이

    文王不憂 文王之所以爲文也 純亦不已

   “문왕은 어둠이 없는 사람이다, 바로 그가 진리의 왕이 된 소이所以이다.

    순역불이 純亦不已 순결함과 지혜의 빛이 그치지 않았다”

    박노해 시인의 말마따나 온 둥치 흔들리고 뿌리마다 사무치는 그의 생에서도

    경전에는 그가 어둠과 그늘이 없는 맑고 순수한 사람이었고

    아무리 어려움이 밀려와도 순수純를 잃지 않는 어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글을 보건데 문왕은 시대를 탓하지 않았고 불행을 탓하지 않았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원불우 자양 不怨不尤 自養

    하늘을 탓하거나 남을 탓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하고 그렇게 못살게 군 은나라 주紂왕에 대해서도

    이신축군 원기지덕물능격군 신죄당주천왕성명

    以臣畜君 怨己之德不能格軍 臣罪當誅天王聖明

   “신하로서 왕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원통하게도 내 능력이 왕을 바로 잡는데

    너무 부족하구나. 신하된 자로서 내가 죽일 놈이지 천왕은 성군이요 밝은이로다.”

    자신이 너무 인기가 과하다는 이유로 참소당하여 십 년 간이나 유리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큰 아들마저 죽여 고기로 만든 음식을 먹으라는

    파렴치하고 간악한 왕과 이런 고난을 안겨준 하늘과 사람에 대하여 원망은커녕

    그 모든 게 군주를 성군으로 돕지 못한 자기 탓이요 능력부족이라는 그의 태도,

    내가 잘못해서 왕이 저러는 것이라고 그를 변호하는 문왕에게서 인간이 가져야 될

    인의 仁義와 덕 德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맹자는 득지 得志면 여민유지 與民由之하고

    부득지 不得志면 독행기도 獨行其道라

   “뜻을 이루면 백성과 함께 그 뜻을 펴고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탓은 내게 있는 것이고 홀로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

    문왕의 뜻을 이어 대장부로서 호연지기 浩然之氣를 세우게 된 것은 아닌지...!

    이런 문왕에 대하여 당시 다수의 제후들과 백성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여러 강력한 제후국을 복속시킨 걸 보면 한 존재가 미치는 파장이 의외로 컸고,

    그 시대를 좌우하는 신개념의 정치지형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강력한 군사력과 패도정치를 세운 은紂주왕과 문왕으로부터 시작된

    왕도정치 王道政治가 시대의 헤게모니를 다투는 건곤일척 乾坤一擲의

    양대 축을 형성하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왕의 뒤를 이어 무왕[희발]11년,

    은紂주왕이“스스로 천명을 끊었으며 천지인[天地人]의 정도를 훼손했다”하여

    주의 정벌을 선포하고 4만5천명의 정병을 이끌고 은나라 교외 목야에서 진을 칩니다.

    한편 은나라 주紂왕 역시 70만 대군을 모집하여 대적하게 되고,

    목야牧野 전투라 일컫는 국가의 운명을 건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되지요.

    겉으로 봐선 은나라 군대의 위세에 비해 주의 군대의 수효는 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초라한 군세, 이 정벌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싸움이든지 강중 剛中이 있으니, 적벽대전에는 제갈량이 있었다면

    이 목야牧野 대전에는 노익장 여상 강태공 姜太公이 나서게 됩니다.

    이 전투의 선봉은 강태공,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가 군대를 이끌고

    흰 수염 휘날리며 사우론을 공격하는 것처럼, 백발의 강태공이 단 일백의

    군사로 칠십만의 주紂의 강군을 공격하니, 참 기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태공이 공격해오자 병사들이 길을 열어주고

    심지어 무기를 거꾸로 들고 대적하는 게 아닙니까?

    평소 문왕에 대한 공경과 주나라를 동경해마지 않았던 주紂의 폭정에 지친

    병사들이 어서 빨리 공격해서 은나라를 멸망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이 전쟁은 주나라의 입장에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연상될 정도의

    열세를 딛고 일으킨 전쟁이었지만 백성의 마음은 문치를 연 주나라에 있었고

    천명 天命은 은나라의 패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함 은나라를 상대로 아주 미약한 힘으로 대승을 이끌었던 목야 牧野전투

    그 전쟁을 끝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흉악한 패도정치의 대명사 紂왕과 함께

    주지육림 酒池肉林 은나라는 역사 밖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습니다.

    어쩌면 저 가냘픈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 너머 허리케인을 불러오듯이

    가장 여성적이고 유순柔順한 문왕에 의해서 남성적인 용맹과 권위주의로

    통치했던 은나라가 멸망하고 주나라가 통일시대를 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풍천소축 風天小畜, 하늘과 구름과 바람의 노래를 봉독합니다.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소축小畜은 형통하다. 구름은 꽉 찼는데 비가 오지 않는다.

    내가 있는 서쪽 교외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소부 小富는 재근 在勤이라, 조금씩 모이면 형통하다 합니다.

    구름이 가득한데 비가 오지 않으니 간절히 비를 염원합니다.

    자아서교 自我西郊, 누가 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세상이 되지 남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되는 게 아닙니다. 나로부터 샘이 터져 나오고

    사랑과 자비가 먼저 터져 나오고, 내게서 생명과 은혜가 솟구쳐 나와야 합니다.

 

    상왈 소축 유득위이상하응지 왈소축 彖曰 小畜 柔得位而上下應之 曰小畜.

   “소축은 부드러운 것이 자리를 얻어 상하에서 응하는 것이다.”

    문왕이 백성을 덕으로 섬기니 백성이 죽기로 따르고 제후들도 따릅니다.

    테레사 수녀님이 종교를 떠나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보살피니까

    이슬람교든 힌두교든 종교를 넘어 다 그 작은 여인 테레사 수녀님을 따릅니다.

 

    건이손 강중이지행 내형 健而巽 剛中而志行 乃亨

   “건강하고 겸손하다. 강중을 가지고 뜻을 펴니 마침내 형통하다.”

    힘이 센데도 잘난 척하지 않습니다. 누가 알아주기를 원치도 않습니다.

    외유내강 外柔內剛, 오로지 부동심을 가지고 뜻을 펴기 위해 진력합니다.

 

    밀운불우 상주야 자아서교 시미행야 密運不雨 尙往也 自我西郊 施未行也

   “꽉 찬 구름에서 비가 안 온다. 더욱 올라가야 한다.

    내게로부터라 함은 아직 베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준비가 덜 된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 실력을 길러 내 스스로 그 때를 오게 해야 합니다.

    그 때를 오게 하는 것이 남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 때를 완성해야 합니다.

 

    상왈 풍행천하 소축 군자이의문덕 象曰 風行天上 小畜 君子以懿文德

   “하늘 위의 바람이 소축이다. 군자는 문덕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우리 진달래에도 소나무라고 부르는 영님이 계신데, 하늘 위의 바람이

    무얼까? 프뉴마, 바로 영님, 즉 진리의 영이 아닐는지,

    진리의 영을 받은 이가 하는 일이 소축이며 문덕文德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초구 복자도 하기구 길 初九 復自道 何其咎 吉

   “돌아와 자신의 길을 간다. 어찌 허물이 있겠는가? 길하다”

    그동안 맘대로 살다가 눈이 더러워지고 사는 것이 더러워지고 다 드러졌는데,

    아버지께로 돌아오고 내게로 돌아와 卽身成佛 산 채로 구원받았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입니다.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해 자기 몸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갈2:20)”

 

    구이 견복 길 九二 牽復 吉“끌고 돌아간다. 복되다”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진리의 문왕에게로 돌아갑니다. 다들 행복합니다.”

    텐러버님들이 서로 연락하고 이끌어주고 행복에 겨워 뫔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 동안 살맛이 안 났는데 기운이 나고 나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솟아납니다.

 

    구삼 여탈복 부처반목 九三 輿說輻 夫妻反目

   “수레에 바퀴가 빠진다. 부부가 반목한다.”

    모두가 본래의 자리로 들어가 복락을 누리는데, 복락을 저주하고 부정합니다.

    똑똑하고 용감한 예전의 은 紂왕이 여자를 잘못 만나 만사를 그르칩니다.

    달기란 요부에 넋이 나가 정사를 그르치고 충신을 다 때려 죽입니다.

    불능정실 不能正室 왕이 아니라 사람을 헤치는 못된 악마들입니다.

    악마가 대통령이 되면 큰일 납니다. 악마의 속성이 독재인데 악마가 독재의

    피맛을 들이면 수많은 애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재난이 끊이지 않습니다.

    급기야 하늘이 노여워하고 분노가 눈물이 되어 대지를 적시게 됩니다.

 

    육사 유부 혈거 척출 무구 六四 有孚 血去 惕出 无咎

   “진실하다. 피 흘리며 간다. 두려움이 떠나간다. 복되다”

    예수님도 김구 선생도 안중근 의사도 왜 진실한 사람이 피를 흘려야 할까?

    진실한 사람은 대부분 폭군들의 억압에 의해서 피 흘리고 죽어갔습니다.

    의인에 대한 박해는 끊이지 않고 그들의 운명은 왜 이다지도 비참한 것인가?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다. 천국이 저희 것이다”(마태5:10)

     진실함에 있어 두려움이 없는 것은 하늘의 뜻과 하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구오 유부 연여 부이기린 九五 有孚 攣如 富以其隣

   “진실함을 가지고 손을 맞잡는다. 이웃과 함께 부유하게 된다”

    유리에 갇혀 있는 문왕의 처지를 보고 그를 따르는 진실한 이들이 손을 맞잡고

    대책을 숙의합니다. 주 紂왕에게 영토와 재물을 바치고 그를 구해냅니다.

    상구 기우기처 상덕재 부정려 上九 旣雨旣處 尙德載 婦貞勵

   “이미 어디에나 비가 온다. 덕을 높이는 마음이 가득 실려 있다.

    집에서 아내는 언제나 정려해야 한다.”

    메마른 대지 위에 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이 비에 모든 생명이 되살아납니다.

    백성들을 극심한 고통으로 내몰았던 악마는 죽고 나라는 통일되었습니다.

    지도자는 바르고 곧아야 되고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그 자리에

    악마가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편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는 것이지만 만약에 문왕의 아들 무왕이 아니라

    온유한 자 문왕이었다면 전쟁에서 은 紂왕이 잡혀왔을 때 그를 처형했을까?

    문왕이었다면 그를 살려주는 건 말 할 것도 없이 은나라를 정벌하는 일조차

    삼갔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은 주紂왕이 죽자 그것이 잘못됐다고 귀의하려고 했던 주나라를 떠나

    고사리나 뜯어먹고 살다 죽은 백이 伯夷와 숙제 叔齊 말입니다.

    그들은 문왕의 문덕文德을 높이 숭상하고 주나라에 귀의 歸依코자 했던 겁니다.

    어시 백이숙제 문서백 창 선양노 왈 합 왕기언

    於是 伯夷叔齊 聞書伯 昌 善養老 曰 盍 往歸焉

    “이 때 백이숙제가 서백창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말을 듣고

    어찌 가서 귀의하지 않으리요.” 문왕의 덕에는 감복하였으나

    그의 아들 무왕의 단호한 처사에는 반발했던 것입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폭풍 暴風이 아니라 부드러운 바람같이 온유한 자가 세상을 얻는 괘

    가위 바위 보에서 보가 주먹을 이기는 풍천소축 風天小畜,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오늘날 인류가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패러다임의 전환의 문제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하나로 이 세계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재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음을 기록하며,

   “진리가 너희을 자유케 하리라.”

    그 옛날 문덕으로 백성을 섬기려 했던 문왕의 기틀에 의해서 강성했던

    은 왕조가 멸망하고 찬란한 문화의 시대를 연 순역불이 純亦不已

    문왕 文王[희창]의 파란만장한 삶이 바로 풍천소축 風天小畜의 형상입니다.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