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3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 물님 | 2020.09.09 | 726 |
382 | 길 | 물님 | 2020.09.05 | 884 |
381 | 내 인생의 책 | 물님 | 2020.08.05 | 801 |
380 |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 물님 | 2020.08.04 | 749 |
379 |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 물님 | 2020.06.30 | 756 |
378 | 까미유 끌로델의 詩 | 구인회 | 2020.05.10 | 805 |
377 |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 물님 | 2020.05.08 | 763 |
376 |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 물님 | 2020.04.29 | 751 |
375 | 별 헤는 밤 - 윤동주 | 도도 | 2020.03.02 | 2974 |
374 | 가면 갈수록 | 물님 | 2020.01.15 | 7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