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84359
  • Today : 615
  • Yesterday : 829


물 1

2007.01.22 23:34

운영자 조회 수:2089

        물 1


                    이병창


  나는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태초에 하늘을 떠돌다가 오늘은
  이승의 우물물로 고여있다 해도
  나는 한 번도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흘러가는 시냇물
  파도치는 바다에서
  나는 나로 춤을 추고 있었을 뿐


  나는 나이를 먹어본 적도 없소
  나는 어떤 추억도 없이
  여기에서 여기로 흐르고 있을 뿐
  꽃샘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봄눈과 함께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


  나는 어느 하늘 어느 땅에서도
  머물러 본 적이 없소
  나는 이전에 누구를 만나 적도 없소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
  지금 흘러가고 있을 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1] file 도도 2020.11.23 1030
42 비밀 - 박노해 물님 2016.11.12 1029
41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1025
40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020
39 운명 - 도종환 물님 2017.05.21 994
38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988
37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물님 2019.05.13 988
36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 물님 2018.05.09 984
35 사랑 -괴테 물님 2019.05.11 975
34 꽃눈 물님 2022.03.24 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