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6691
  • Today : 140
  • Yesterday : 1181


가람 이병기 -난초-

2013.06.04 06:53

물님 조회 수:2066

이병기, 「난초」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 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冊)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시_ 이병기 – 1891년 전북 익산 출생. 주시경의 조선어 강습원에서 수학하고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일제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가람시조집』, 『역대시조선』, 『국문학전사』, 『국문학개설』, 『가람문선』 등을 간행하였다. 연희전문강사,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학술원 공로상을 수상하였으며 1968년 작고하였다.

 

출전_ 『난초』(미래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그날이 오면 ,,, 심 훈 file 구인회 2010.02.25 1191
332 나비에게 file 요새 2010.07.18 1191
331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193
330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1197
329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1200
328 물님 2012.06.14 1201
327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1202
326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1205
325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1206
324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