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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달아나다

2012.06.04 23:48

물님 조회 수:1146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뉴욕에서 달아나다: 문명을 향한 두 개의 왈츠 - 작은 빈 왈츠」

 
 
 
빈에는 열 명의 소녀와
하나의 어깨가 있다. 그 어깨 위에서
박제된 비둘기 숲과 죽음이 흐느끼지.
성에 낀 박물관에는
아침 잔영이 남아 있지.
천 개의 창이 있는 살롱이 있지.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쉬잇, 이 왈츠를 받아 줘.
 
이 왈츠, 이 왈츠, 이 왈츠,
바다에 꼬리를 적시는
코냑과 죽음과 “좋아요!”의 왈츠.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우중충한 복도 언저리,
안락의자와 죽은 책까지;
여기는 백합의 어두운 다락방,
달이 있는 우리의 침대에서
거북이가 꿈꾸는 춤 속에서, 사랑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부서진 허리의 이 왈츠를 받아 줘.
 
빈에는 너의 입과 메아리들이
노는 네 개의 거울이 있지.
소년들을 푸른색으로 그리는
피아노를 위한 하나의 죽음이 있지.
지붕 위로는 거지들이 있지.
통곡의 신선한 화관들이 있지.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내 품 속에서 죽어가는 이 왈츠를 받아 줘.
 
왜냐하면 널 사랑하니까, 널 사랑하니까, 내 사랑아,
아이들이 노는 다락방에서.
아이들은 따스한 오후의 소란한 소리들을 듣고
헝가리의 오래된 빛들을 꿈꾸고,
네 이마의 어두운 고요를 느끼고
눈빛 백합들과 양떼들을 본단다.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영원히 널 사랑해”하는 이 왈츠를 받아 줘.
 
빈에서 나는 너와 춤을 추리라,
강의 머리를 그린
가면을 쓰고.
히아신스 꽃이 가득한 나의 강변들 좀 봐!
내 입을 너의 두 다리 사이에 두고,
내 영혼을 사진들과 수선화들 사이에 두리라.
그리고 네 발등의 어두운 물결에는
내 사랑아, 나의 사랑아, 바이올린과
무덤, 왈츠의 테이프를 선사하리라.
                                  (번역: 민용태)
 
 
  시_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1898년 스페인 그라나다 근처 마을 푸엔테 바케로스에서 출생. 시집 『시 모음』『노래집』『집시 이야기 민요집』『이그나시오 산체스 메히아스의 죽음』 등. 희곡 「피의 결혼」「예르마」「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등. 1936년 8월 19일 생을 마감함(스페인 내전 초기, 공화주의자였던 로르카는 파시스트 반란군에 체포돼 사흘 뒤 총살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