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76557
  • Today : 751
  • Yesterday : 1016


양애경 - 조용한 날들

2012.05.15 12:13

물님 조회 수:1236

 양애경, 「조용한 날들」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시_ 양애경 - 1956년 서울 출생.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등이 있음. 현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과 교수로 재직 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1191
302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192
301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195
300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195
299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198
298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198
297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1200
296 신록 물님 2012.05.07 1206
295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1208
294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