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6791
  • Today : 240
  • Yesterday : 1181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1409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1344
242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1347
241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1355
240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1355
239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1356
238 초혼 [1] 요새 2010.07.28 1358
237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1359
236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1361
235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366
234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