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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013.01.23 22:00

물님 조회 수:1876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겨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시_ 박재삼 –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남. 시집 『춘향이 마음』『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어린 것들 옆에서』『뜨거운 달』『비 듣는 가을나무』『추억에서』『대관령 근처』『찬란한 미지수』『해와 달의 궤적』 등. 시조집 『 내 사랑은』. 수필집 『슬퍼서 아름다운 이야기』『빛과 소리의 풀밭』『노래는 참말입니다』『샛길의 유혹』『바둑한담』『아름다운 삶의 무늬』『미지수에 대한 탐구』. 1997년 지병으로 영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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