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76551
  • Today : 745
  • Yesterday : 1016


언젠가도 여기서

2012.06.18 06:39

물님 조회 수:1153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
 
 
 
언젠가도 나는 여기 앉아 있었다
이 너럭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속 응어리를
노을을 보며 삭이고 있었다
응어리 속에는 인간의 붉은 혀가
석류알처럼 들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픔의 정수리로 순한 꽃대처럼 올라가
숨결을 틔워주던 생각
감미롭던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산 아래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내가 뿜어냈던 그 향기를 되살리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니……
 
 
  시_ 조은 - 1960년 경북 안동 출생.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낯선 길로 돌아오다』『마음이여, 걸어라』 등. 장편동화 『햇볕 따뜻한 집』『다락방의 괴짜들』『동생』 등. 현재  농민신문에 에세이  <시인 조은의 ‘세상을 읊다’> 연재 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행복 요새 2010.07.20 1146
322 [2] 요새 2010.09.09 1149
321 진달래 ∫ 강은교 file 구인회 2010.02.23 1151
320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151
319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151
» 언젠가도 여기서 [1] 물님 2012.06.18 1153
317 물.1 [3] 요새 2010.07.22 1155
316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1157
315 꽃 꺾어 그대 앞에 [1] file 구인회 2010.01.30 1158
314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