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6975
  • Today : 424
  • Yesterday : 1181




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유혹 [3] 하늘꽃 2008.04.23 1737
262 하늘꽃 [3] file 하늘꽃 2008.10.23 1731
261 봄날 [4] file sahaja 2008.04.22 1725
260 보내소서~힘 되도록~ [2] 하늘꽃 2008.06.06 1721
259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세상 2013.10.25 1711
258 바다가 말하기를 [2] 운영자 2008.12.06 1709
257 예수에게.1 / 물 [1] file 하늘꽃 2007.09.01 1701
256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1691
255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1683
254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1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