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8672
  • Today : 1208
  • Yesterday : 474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송화미 조회 수:2461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길을 잃으면 물님 2019.09.30 876
22 흰구름 물님 2017.10.24 873
21 '나에게 영웅은' 물님 2019.09.30 863
20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물님 2020.11.17 853
19 가을 노래 - 이해인 물님 2017.11.02 842
18 여행은 혼자 떠나라 - 박 노해 물님 2017.08.01 833
17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물님 2021.01.29 833
16 내 인생의 책 물님 2020.08.05 825
15 매월당 김시습 물님 2021.01.19 823
14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