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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인간에게

2008.04.27 08:59

운영자 조회 수:1992

강물이 인간에게

               
                 이 병 창


나의 세월이 그대들의 세월보다 더 오래되고
길다는 것을 잘 알 것이오.
인간의 인심 따라 더럽혀지는  
내 천명(天命)의 길을 따라  
깊은 산 숲 속의 옹달샘에서
그냥 그렇게 머물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여기까지 왔소.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돌아가는 나의 길을.


하늘과 땅이 열리고
강물이 열리던 그날 이후
내 귀를 의심하는 소리를 오늘 듣게 되었소.
낙동강, 한강. 금강과 영산강
반도의 허리 임진강과 북녘의 강들까지
강이란 강은 모조리 하나로 물길을 틀어
온갖 배들을 다니게 한다는.
그렇게 되는 날 나는 죽게 될 것이오.
아니 숨이 끊어지기 전에
미쳐버릴 것이오.


한반도의 모든 강물을 하나로 통하게 하려면
그대들 김․이․박 성씨들부터  
하나로 통일하시오.
나 오늘 정신 나간 인간들의 수작을 들으면서
강물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싶소.
차라리 나를 조류독감이라고 부르던지
살처분이라고 부르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청와대라고 부르시오.


이미 나는 병든 몸이요.
소리 없이 울어 온 나의 울음이 끝이 날 때
나보다 먼저 그대들이
죽게 될 것이오.  
이 봄날에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자신의 키를 낮추는 민들레를 보시오.
그대들은 생존의 지혜를 거꾸로 가고 있소.
나를 살리기 전에 먼저 그대들을 살리시오
그대들의 자식들과 후손들을.


                      08. 4. 25


- 4월30일 대운하 반대 전북 기독인모임 창립에 붙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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