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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추석 무렵」 

2011.09.14 23:54

물님 조회 수:1533

 

 

김남주, 「추석 무렵」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시_ 김남주 - 1946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하여 3선개헌 반대운동과 교련반대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섬. 이후 고향 해남에서 농민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며 1974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잿더미」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9년째 복역 중 1988년 12월 가석방 조치로 출소. 그 다음해 1989년 1월에는 고은 시인의 주례로 그의 오랜 동지이자 약혼자였던 박광숙 씨와 결혼했으며 열정적인 시작(詩作) 활동을 함. 그러나 오랜 감옥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1994년 2월 13일 작고함. 시집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 시선집 『사랑의 무기』가 있고 옮긴책으로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츠 파농), 『아타 트롤』(하이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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