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5096
  • Today : 926
  • Yesterday : 1264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2012.01.02 07:25

물님 조회 수:1613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시_ 오규원 -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 출생. 1965년《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순례』『사랑의 기교』『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두두』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현실과 극기』『언어와 삶』『날이미지와 시』『현대시작법』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함. 2007년 2월 작고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286
302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335
30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1331
300 새벽밥 물님 2012.09.04 1310
29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256
29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363
29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362
296 거울 물님 2012.07.24 1334
295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255
294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