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6779
  • Today : 228
  • Yesterday : 1181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1965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 도도 2019.12.19 876
372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물님 2019.12.18 783
371 행복 - Hermann Hesse 물님 2019.12.07 818
370 길을 잃으면 물님 2019.09.30 871
369 '나에게 영웅은' 물님 2019.09.30 859
368 깨끗한 말 물님 2019.09.11 1489
367 동곡일타(東谷日陀) 스님 열반송 물님 2019.06.30 1048
366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물님 2019.05.13 1001
365 사랑 -괴테 물님 2019.05.11 985
364 뱃속이 환한 사람 물님 2019.01.23 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