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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 이병창

2013.12.07 20:19

구인회 조회 수:2044


물님.jpg

 물1    ....이병창
   
나는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태초의 하늘을 떠돌다가 오늘은
이승의 우물물로 고여 있다 해도
나는 한 번도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흘러가는 시냇물
파도치는 바다에서
나는 나로 춤을 추고 있었을 뿐

나는 나이를 먹어본 적도 없소
나는 어떤 추억도 없이
여기에서 여기로 흐르고 있을 뿐
꽃샘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본눈과 함께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을뿐
 
나는 어느 하늘 땅에서도
머물러 본적이 없소
나는 이전에 누구를 만난 적도 없소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
지금 흘러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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