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81528
  • Today : 919
  • Yesterday : 1000


조문(弔問)

2014.08.17 06:06

물님 조회 수:1096

 

 

  조문(弔問)

 

 

 

일몰의 때가 오면

웅포의 덕양정 정자 아래

서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온 역류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역의 물살을 가슴에 담고

한겨울 밤길을 걸어가던 둑길에서

나는 내 청춘을 담금질했고

영혼의 나이테가 금 그어졌다.

그런데 오늘 찾아 온 강물은 신음소리 조차 없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

이미 똥구멍이 막혀 버린 강물 속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거세당한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인간 세상의 꼬라지를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오늘 금강을 조문한다.

흘러야 할 것들이 흐르지 못하는 세상을

함께 조문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조문(弔問) 물님 2014.08.17 1096
59 산은 높고 ㅡ 물 [1] 도도 2017.08.08 1106
58 부여 무량사 - 숨 이병창 [1] file 도도 2018.08.16 1111
57 고산 안수사 물님 2020.06.21 1114
56 빛깔의 바다는 ㅡ 물 [1] 도도 2017.08.08 1126
55 꿈 밖에서 꾸는 꿈 [1] 물님 2021.08.11 1143
54 접천 file 도도 2020.07.11 1156
53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1] 물님 2016.07.31 1158
52 달아 - 물 도도 2015.04.02 1163
51 지리산 천은사 물님 2014.08.17 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