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84335
  • Today : 591
  • Yesterday : 829


조문(弔問)

2014.08.17 06:06

물님 조회 수:1101

 

 

  조문(弔問)

 

 

 

일몰의 때가 오면

웅포의 덕양정 정자 아래

서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온 역류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역의 물살을 가슴에 담고

한겨울 밤길을 걸어가던 둑길에서

나는 내 청춘을 담금질했고

영혼의 나이테가 금 그어졌다.

그런데 오늘 찾아 온 강물은 신음소리 조차 없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

이미 똥구멍이 막혀 버린 강물 속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거세당한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인간 세상의 꼬라지를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오늘 금강을 조문한다.

흘러야 할 것들이 흐르지 못하는 세상을

함께 조문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초파일에 물님 2014.08.17 1168
49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올린 시 도도 2015.08.17 1182
48 램브란트 영감에게 외 [1] 물님 2016.03.08 1204
47 화순 운주사 [1] 물님 2016.03.15 1217
46 경각산의 봄 [1] 물님 2016.09.15 1225
45 그 꿈 물님 2014.09.14 1226
44 지리산에 와서야 [1] 물님 2016.07.31 1228
43 가라 하늘꽃 2014.10.10 1245
42 편지 file 도도 2015.06.24 1288
41 이세종 수도터 [1] 물님 2016.03.15 1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