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58806
  • Today : 349
  • Yesterday : 638


지리산에 와서야

2016.07.31 06:34

물님 조회 수:1142



지리산에 와서야



밥을 먹으면 똥 나오고

그 밥 안 먹으면

똥도 나오지 않겠지

순서의 문제일 뿐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인 것이지.


안개 싸인 지리산 자락에서

산의 높이를 가늠하다가

계곡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바라보았어.

깊이 없는 높이

높이 없는 깊이가

없다는 것을.


지리산에 와서야

아내의 박꽃 같은 웃음 속에

얼마나 깊은 눈물이 있었는가를

보았어.

눈물이 웃음이고

웃음이 눈물인 것을.


똥과 밥이 하나인 것을 모르고

똥만 더럽다 하는 세상에서

밥, 산, 아내와 하나 되지 못한

나의 회한

가도 가도 한없이 서러운 무지를

밤새 소리쳐 토해내었지


지리산에 와서야 나는

나를 통곡하는 눈물을 만났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고산 안수사 물님 2020.06.21 1025
68 종남산 송광사 file 도도 2020.06.14 818
67 익산 석불사 물님 2020.05.08 864
66 귀신사(歸信寺)(2) file 물님 2020.05.01 798
65 귀신사의 뒷모습 file 물님 2020.05.01 790
64 알렉산드리아에서 물님 2020.01.16 811
63 파랑 - 숨님의 시 file 도도 2019.12.21 799
62 두륜산 대흥사 - 숨 이병창 file 도도 2019.06.30 875
61 달마산 미황사 - 숨 이병창 file 도도 2019.06.30 893
60 백담사 - 숨 file 도도 2019.06.07 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