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74688
  • Today : 716
  • Yesterday : 1249


지리산에 와서야

2016.07.31 06:34

물님 조회 수:1215



지리산에 와서야



밥을 먹으면 똥 나오고

그 밥 안 먹으면

똥도 나오지 않겠지

순서의 문제일 뿐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인 것이지.


안개 싸인 지리산 자락에서

산의 높이를 가늠하다가

계곡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바라보았어.

깊이 없는 높이

높이 없는 깊이가

없다는 것을.


지리산에 와서야

아내의 박꽃 같은 웃음 속에

얼마나 깊은 눈물이 있었는가를

보았어.

눈물이 웃음이고

웃음이 눈물인 것을.


똥과 밥이 하나인 것을 모르고

똥만 더럽다 하는 세상에서

밥, 산, 아내와 하나 되지 못한

나의 회한

가도 가도 한없이 서러운 무지를

밤새 소리쳐 토해내었지


지리산에 와서야 나는

나를 통곡하는 눈물을 만났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 백담사 - 숨 file 도도 2019.06.07 856
59 양구 펀치볼에서 - 숨 file 도도 2019.06.07 935
58 문수암 물님 2019.05.29 946
57 아들아, 봄길은 file 도도 2019.04.08 970
56 부여 무량사 - 숨 이병창 [1] file 도도 2018.08.16 1105
55 가을 말소리 박노해 물님 2017.10.03 1397
54 빛깔의 바다는 ㅡ 물 [1] 도도 2017.08.08 1120
53 산은 높고 ㅡ 물 [1] 도도 2017.08.08 1097
52 산수유 마을에서 [1] 물님 2017.04.11 1338
51 산다는 것은 [1] 물님 2017.01.28 1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