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55071
  • Today : 381
  • Yesterday : 347


안식월을 맞이하여

2020.08.07 06:04

물님 조회 수:727

안식월을 맞이하여

박완규  



제가 메일 통해서 날마다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제가 드리는 글이 모두의 삶에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드리는 글이 우리의 삶에 좋은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가 존경하는 어느 화백님의 작업실에 들렀더니 그분의 작업실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에너지를 단 한 가지 그림에만 집중한다. 그림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은 포기한다.” -피카소


이 문구를 보면서 그림에 대한 이 분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저는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쉼이 있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안식월처럼 일에서 잠시 떨어져서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이 기간에 저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방문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도 원 없이 해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살아보질 못했거든요.


그리고 날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걷기입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제가 걸은 거리가 아마도 여수에서 백두산까지 왕복을 하고도 남은 거리를 걸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쉬는 동안 저에게 가장 보람되었던 것은 이 기간에 가족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전까지 제 삶의 우선순위에서는 일이 언제나 최우선이었습니다. 가족은 그 다음 후순위였지요.


그런데 쉬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가족과 사이좋게 지내는 요령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대화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합니다.


 

 


3287.png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제가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제 자신이 형편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똑똑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헛똑똑이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제가 대단한 놈인줄 아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별 것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제 삶에서 아픔이나 실패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처럼 정직하게 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무관심과 배신과 단절을 견디어 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솔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알았습니다. 저를 그렇게도 기쁘게 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를 몹시 슬프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군가를 몹시 사랑해본 사람은 이 미묘한 감정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토록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그 사랑이 어느 날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제 주변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아주 세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하고자 하는 한 가지 일에만 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 니다. 사람은 단순해질 때 비로소 삶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도 너무 일에 묻혀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분은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시길 강하게 권합니다. 제가 지금 그 경험을 하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 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 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 전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글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몇 분은 저의 글에 강하게 공감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박완규 올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4 과거에 대하여 도도 2020.10.05 582
1163 우리 옛길을 걷자 물님 2020.09.19 743
1162 선택 도도 2020.09.17 582
1161 진정한 연민과 사랑으로~ 도도 2020.09.02 532
1160 세아 도도 2020.08.26 561
1159 당당하게 바라보는 눈 물님 2020.08.16 757
» 안식월을 맞이하여 물님 2020.08.07 727
1157 이름 없는 천사의 14가지 소원 물님 2020.07.28 706
1156 불속지객래 경지종길 도도 2020.07.25 496
1155 드니의 귀 - 신정일 물님 2020.07.18 702